[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경성 남산에 피는 남산제비꽃이라고 하는 꽃은 독특한 꽃으로, 이등박문(伊藤博文)이 사랑하였기 때문에 통감(統監)제비꽃이라고 불렸다. 통감 제비꽃도 근래에는 모두 뽑아가버려 매우 드물게 되었다. 그러나 이등박문의 위대한 공적과 유방(遺芳)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이는 <조선공로자명감, 1909>에 나오는 이등박문을 찬양하는 글의 일부다. 이등박문이 남산제비꽃을 좋아해서 통감제비꽃이라고 불렀던 사실은 일반인들이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일 것이다. 연보랏빛 고운 자태의 앙증맞은 제비꽃은 봄을 상징하는 꽃으로 우리 겨레가 일찍이 사랑하던 꽃이다. 일본말로는 스미레(スミレ)라고 부르는 이 제비꽃은 조선총독부가 만든 『한국식물명휘,1922』에는 오랑캐꽃으로 소개되고 있을 뿐 제비꽃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봄이 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 이등박문을 위한 통감제비꽃(남산제비꽃) < 이명호 작가 제공>
이는 동요 작사자인 이원수 선생이 지은 노랫말로 유종호 교수는 여기 나오는 앉은뱅이꽃을 제비꽃으로 알고 있었다고 <새국어생활 제12권 4호>에서 밝혔다. 앉은뱅이꽃은 지방에 따라서 제비꽃, 민들레, 채송화를 가리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비꽃이 오랑캐꽃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데 그 유래는 ‘긴 세월을 오랑캐와 싸우며 살았다는 우리 먼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 테를 두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비슷해 보이는 까닭’에서 나왔다면서 시인 이용악이 전한 ‘민간어원론’임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광복 직후에는 제비꽃 보다 오랑캐꽃이 표준말 구실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 탓인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오랑캐꽃 : 제비꽃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풀이 하고 있다.
제비꽃은 그 종류도 많은데 『조선식물향명집,1937』에는 오랑캐꽃과로 분류하여 졸방오랑캐, 단풍오랑캐, 태백오랑캐, 장백오랑캐, 남산오랑캐 등 32종의 오랑캐꽃이 소개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시도야오랑캐(Viola Ishidoyana Nakai)라는 이름이다. 요즘으로 말한다면 이시도야제비꽃인 셈이다. 꽃이름에 붙은 이시도야는 이시도야츠토무 (石戸谷勤, 1891-1958) 로 1911년부터 1943년까지 한국에서 식물조사와 채집을 한 일본 식물학자다. 그는 총독부 임업기사로 1912년부터 23년까지 재직했으며 나카이 다케노신은 이시도야의 식물 표본을 1,350여점 정리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도야오랑캐꽃의 학명에 Nakai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다. 조선을 식민지화하여 조선 땅의 풀꽃 이름에 일본인의 이름을 함부로 붙인 풀꽃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