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우리가 알던 도시' 라는 주제로 강홍구, 박진영 사진전을 지난 5월 19일부터 열고 있다.
우리가 알던 도시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그 사라짐의 양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의 징후로서 나타난다.
도시는 동시대 미술이 가장 빈번하게 다루는 소재 중 하나이며, 특히 사진과의 관계는 각별하다. 그것은 사진의 전통적 속성인 기록성과 디지털 이미지의 파편성과 허위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의 어수선한 풍경을 다루는 데 적합한 형식적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를 주제로 하는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도 이 전시는 재난과 재개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루는 사진들에 집중한다. 재난과 재개발은 - 전쟁을 제외하고 – 사라짐이라는 현상을 가장 압도적인 규모와 속도로 실행시키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매일 조금씩, 혹은 하루 아침에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들은 무엇이고, 그 자리에 남겨진 것들은 무엇인가. 이러한 사라짐의 현상과 그 잔재를 사진 이미지로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끊임없는 풍경의 변화, 지속적인 상실의 경험 속에서 불안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침투하는가. 이 전시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들이다.
이 주제에 보다 깊이 다가가기 위해, 전시는 도시라는 주제를 10년 이상 다루어 온 두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강홍구와 박진영은 각각 주거환경으로서의 도시, 그리고 사회시스템으로서의 도시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 왔으며, 이 전시에서는 재개발과 재난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소개된다. 강홍구는 디지털 합성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삼고, 박진영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통에 충실한 아날로그 사진을 주로 찍어왔다는 점에서 두 작가의 작업방식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라짐의 현상 이후에 남겨진 잔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도 발견된다. 전시는 이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해, 그리고 도시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문의: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