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
병든 아내 낡은 치마를 보내
천리 먼 길 애틋한 마음 부쳤네
오랜 세월에 붉은 빛 이미 바래니
늘그막에 서글픈 생각뿐이네
마름질하여 작은
서첩을 만들어서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를 써 보았네
부디 어버이 마음 잘 헤아려서
평생토록 가슴 깊이 새겨 두기를 !
이는 정약용이 유배시절 아들에게 보낸 시문이다. 정약용은 1810년 전라도 강진에서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가 보내온 치마를 잘라 작은 서첩을 만들고 두 아들 학연(學淵,1783~1859)과 학유(學遊, 1786~1855)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고 하피첩(霞帔帖)이라 이름지었는데, 부인의 치마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으로 부모의 정성이 담겼다.
하피첩에는 선비가 가져야할 마음가짐, 남에게 베푸는 삶의 가치, 삶을 넉넉하게 하고 가난을 구제하는 방법 등 자손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은 삶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에서는 보물 제1683-2호 ‘정약용 필적 하피첩’(이하 하피첩)을 지난 10월 13일 박물관 1층 영상채널 스튜디오에서 공개했다. 이 하피첩은 지난 9월 14일에 서울 옥션 경매에 출품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7억 5천만원에 낙찰을 받았으며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 3개의 첩으로 구성된 "하피첩"
하피첩은 3개의 첩으로 구성되어 있다. 3첩의 하피첩 중 1첩의 표지는 박쥐문․구름문으로 장식된 푸른색 종이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2첩은 미색 종이로 장황되어 있다. 첩의 크기와 표지는 조금씩 달라도 3점 모두 표지 안쪽에 붙는 면지를 붉은색 종이로 사용하고 있어 동일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푸른 표지의 1첩은 안에 필사 종이에도 동일하게 박쥐문이 그려져 있어 필사한 시기와 첩으로 장황(裝潢, 서화의 표지장식) 한 시기가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피첩은 추후 적외선 촬영을 실시하여 정확한 순서를 추적할 예정이다.
![]() |
||
바느질 흔적 |
▲ 표지와 내지의 박쥐문 표지와 필사지가 같은 재질의 종이인 것으로 보아 장황(표구의 우리말)한 시기와 필사한 시기가 같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첩 내부에 쓰인 직물은 평직의 비단이며, 바느질했던 흔적도 발견된다. 갈변된 상태로 보이나 미세하게 적갈색을 띄고 있어 하피첩을 만들 때 사용된 치마의 염색 흔적으로 보인다. 이 첩은 제작 이후 한 번도 개장(改裝)되지 않은 상태로 1810년 당시의 첩 장황 양식 및 사용되었던 장식 종이 등을 짐작하게 한다. 하피첩은 표면 곰팡이, 물 얼룩, 접착제 약화로 발생한 들뜸, 회장(回裝, 가장자리를 가늘게 돌아가며 대는 꾸밈) 분리 등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러한 손상 부분은 추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처리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