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아버지의 사진첩 '박정원사진전'

  • 등록 2015.11.07 0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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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진공간 배다리 11.6~25

[우리문화신문 = 전수희 기자]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진기를 손에 넣은 건 1970년 월남전그 전장의 한가운데였다.

행정 사병이었던 아버지는 보급품 중 하나인 필름 카메라를 우연찮게 손에 쥐었다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야시카 1.7이란 모델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당시 가장 좋은 카메라였다는 이야기에서 아버지가 사진으로부터 받았던 위안의 크기가 느껴졌다.
아버지에게 사진이란 그 시절 여느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필름에 담았고 유명한 국보나 보물을 사진첩에 추가했다안타깝게도 어머니에게 이런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었지만.
 
   
 
 
서른여섯이 된 지금의 나에게 벽장 한가득 쌓여 망각의 바다에 떠돌던 아버지의 사진첩은 엄청난 무게감으로 떠올려졌다아버지의 사진 작업을 되밟아 보겠다는 말에 어머니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속상함에 한풀이가 섞인 잔소리도 이어진다여전히 아버지와 가족들 그리고 사진첩 사이에는 엄청난 반목의 골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찾는 작업은 의외로 즐거운 일이었다.
연신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쓱쓱 훔쳐내던 한여름의 작업이 끝나갈 때 즈음, 한 가지 머릿속을 파고드는 생각이 있었다. 젊은 아버지의 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그 많은 장소들을 다니면서 아버지는 어떤 감정을 가졌을지 처음엔 알지 못했다.
유치원 즈음부터 기억되는 아버지의 모습은 돈을 벌어다 주고 가끔 마당에서 가족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의 모든 것을 수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전국 각지를 떠돌던 아버지의 흔적을 밟으면서 고스란히 느낀 감정은 흥분과 쾌감 그 자체였다. 마냥 행복했을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젊은 아버지의 낯선 모습이었다.
처음 그것에 대한 나의 감정은 불편함이었다. 어쩌면 가족의 우선순위가 오히려 그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활동보다 낮았기 때문에 고통 받았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일관적으로 아버지가 받아왔을 감정이 나에게 전이되는 순간 조금씩 변화되는 나의 감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행복의 깊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개인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행복에 충실했던 아주 솔직한 감정의 흐름이었다.
 
아버지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겹쳐질수록 그것은 내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고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그 시간 어디쯤을 지금의 나는 걸어가고 있다.

                                                                                                                                <작가노트에서>

박정원

 1980년생컴퓨터 프로그래머
2012.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여행작가과정 6기 수료 및 졸업전시회 참여
2013. 여행작가그룹 꼰띠고 공동저서 반나절 주말여행출간
2013. 임종진 달팽이 사진골방 첫걸음반 7기 수료 및 공동사진집 시선출간
2014. 손홍주 인물사진과 스튜디오 작업 58기 수료 및 전시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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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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