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무선’이 일상화된 지는 오래 전이다. 가깝게는 스마트폰에서부터 무선 마우스, 무선 이어폰, 무선 청소기까지. 물론 음성이나 데이터를 무선으로 보내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수준인데 무선으로 전력을 보내는 건 아직 생소하다. 무선 충전은 기존 충전과 다르게 선을 없애고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켓 자료에 따르면 무선 충전 디바이스 출하량은 오는 2020년 10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선 충전,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 LG, 애플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무선 충전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2012년 5월 옵티머스 LTE2에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했고 삼성전자는 2013년 4월 갤럭시 S4에 무선 충전 기능을 도입했다. 애플은 가장 늦게 지난해 아이폰8에 처음으로 무선 충전 기능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무선 충전 기능을 앞다퉈 도입하니 스타벅스, 맥도날드, 메리어트호텔 등 생활 곳곳에 무선 충전 패드가 설치됐다.
현재 공개된 무선 충전 기술은 크게 3가지다. 자기유도 방식, 자기공명(공진유도) 방식, 그리고 전자기파 방식이다.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자기유도 방식은 1차 코일과 2차 코일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기유도 현상을 이용해 무선 충전을 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국제 무선 충전 규격의 하나인 ‘Qi(치)’가 바로 자기유도 방식이다. 코일의 전파 수신 거리가 짧지만 고속충전 기술을 지원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기술이다.
자기공명(공진유도) 방식은 공진 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발생시켜 전류를 공급한다. 이 기술은 무선 충전이기와 2미터 이상 떨어져도 충전이 가능하고 하나의 충전기로 여러 스마트폰을 같이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전력 효율과 발열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자기파 방식은 데이터 전송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안테나를 통해 전자파를 송수신하기 때문에 수십 km 거리에서도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파에 전력을 직접 싣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위성전력 공급 등 일부 산업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자기유도 방식이란?
자기유도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이 방식의 규격은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의 Qi와 PMA의 파워매트 두 가지로 나뉜다. 두 규격의 기본 원리는 같지만, 주파수가 달라 충전 효율에 차이가 있다. PMA가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충전효율이 더 높아 AT&T, 브로드컴, 델, 퀄컴, 미디어텍 등 다양한 업체가 이 규격에 참여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델타항공 기내 등에서도 이 규격을 통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스마트폰에서는 WPC 규격인 Qi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 LG전자, HTC, 노키아, 에이수스, 블랙베리, 샤오미 등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WPC의 규격을 도입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S6와 갤럭시 노트5 이후의 갤럭시 S/노트 시리즈 스마트폰은 Qi 방식과 PMA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애플은 아이폰 8 시리즈와 아이폰 X, 애플워치 시리즈 3부터, LG는 V30부터 Qi 방식의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자기유도 방식은 이른바 패러데이 전자기 유도 법칙(Faraday's law of electromagnetic induction)을 사용한다. 자기선 속의 변화가 기전력을 발생시킨다는 이 법칙을 응용해 무선 충전을 구현했다. 충전패드와 스마트폰에는 모두 코일이 들어가 있는데 충전패드에 1차 코일이, 스마트폰은 유도전류를 수신하기 위한 2차 코일이 내장되어 있다. 충전패드를 전원에 연결하면 코일에 전류가 흘려 자기장을 발생한다. 이 자기장이 스마트폰의 코일에 유도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전자기 유도 현상에 의해 스마트폰의 코일에 발생한 전류로 스마트폰을 충전한다.
새로운 무선 충전 기술까지
지난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8에서는 새로운 무선 충전 기술이 선보였다. 에너저스(Energous)라는 업체가 개발한 기술인 와트업이 그것인데 이 기술은 최대 3피트(약 1미터)까지 라디오 주파수를 전기로 변환할 수 있다. 수신기를 장착한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인공지능 스피커,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충전할 수 있다. 기존 자기유도 방식 무선 충전과 달리 충전기와 기기가 접촉하지 않아도 되며 한번에 다양한 기기를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고 스마트폰보다 배터리 용량이 큰 태블릿도 빠르게 충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 충전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넘어서 자율주행차, 드론까지 무선 충전할 수 있을 만큼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퀄컴은 시속 100킬로의 속도에서도 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 중에 있고 미국의 드론 개발업체인 워크호스그룹은 배송 트럭 위에 드론용 무선 충전 패드를 설치하고 드론이 착륙하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무선 충전 실험을 진행 중이다.
편리한 무선 충전 기술, 보안 위협은?
우리는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보안 위협’ 또한 발전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도해왔다. 무선 충전 기술과 관련된 보안 위협 혹은 전망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한 해킹 등 보안 위협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재 사용 중인 무선 충전 기술은 단순히 기기간의 충전을 위한 연결 방법이 무선이라는 점 외에는 특이한 점이나 별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대부분의 공격자들은 금전적인 이익을 노리고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자행한다. 따라서 충전 외에 다른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무선 충전 기술을 해킹한들 해커 입장에서 딱히 얻을 것이 없다는 의미다.
물론, 무선 충전 기술이 점차 영역을 확대해 기기간의 정보를 주고 받거나 요금 결제 등 사용자 인증이나 정보 이동(transaction)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비록 당장은 아니더라도 무선 충전을 비롯해 모든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보안 위협은 얼마든지 새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상용화 시에는 항상 경계하는 자세로 보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hnLab 콘텐츠기획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