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차별받는 여성들이야기, 책으로 나와

  • 등록 2019.01.22 23: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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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본이야기 47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우리들은 이 책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 특히 차세대 여성들이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젊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석을 달았으며, 책 끝에는 재일조선인, 피차별부락, 아이누, 오키나와, 아시아(필리핀, 스리랑카, 베트남)의 역사와 개인사를 하나의 연표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일본사 연표와는 달리 일본사회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뿌리를 가진 ‘우리들의 역사’인 것입니다.”

 

이는 한 장의 흑백사진으로 재일(在日)의 역사를 말해주는 책 《가족사진을 둘러싼 우리들의 역사(家族写真をめぐる私たちの歴史:在日朝鮮人・被差別部落・アイヌ・沖縄・外国人女性2017, 도쿄출간)》에 나오는 머리말의 일부다. 이 책을 쓴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로 24명이 집필자다. 집필자들은 황보경자, 김리화, 이전미와 같은 재일조선인과 일본인이면서 피차별부락 출신자들도 함께 이 책을 썼다. 피차별부락이란 과거 일본에서 ‘에타(エタ, 穢多)’라 불리는 천민, 전염병 보균자, 전쟁포로 등의 집단거주지를 얘기했으나 현재는 일본의 천민집단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나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재일조선인여성 단체인 ‘미리네’ 회원들이 일본사회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겪어야했던 ‘차별에 대한 역사’를 추적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 방법론으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조부모ㆍ부모ㆍ본인에 이르는 세대의 가족사진을 통해 ‘차별받고 있는 서러운 역사’를 서로 공유하자는 데서 출발했으나 이것이 뜻밖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2001년, 이들의 가족사진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진전을 연 것을 계기로 집필자들은 ‘가족사진전’만 할 게 아니라 사진과 관련된 조부모, 부모세대가 일본 정착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책으로 내기로 지혜를 모았다. 그렇게 모인 원고가 바로 이 책 《가족사진을 둘러싼 우리들의 역사》다.

 

집필자들은 자신들이 나이 들어 죽는다면 그때까지 자신들이 간직해온 조부모ㆍ부모의 사진이 온전히 보존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그들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자고 뜻을 모았다. 일본사회에 살면서 그 밑바닥에 흐르는 ‘차별’에 대한 설움을 공유하고 자신들도 당당한 일본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글쓴이들은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일본사회의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나 저항감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가족사’는 단순한 가족사에 지나지 않고 일본이라는 시민사회 속에서 이방인 취급당하는 현실을 고발하고, 더 나아가 일본인들과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차분하게 밝히고 있는 ‘일본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며 1장에는 재일조선인 여성들, 2장에서는 피차별부락 출신의 여성들, 3장에서는 아이누ㆍ오키나와ㆍ필리핀ㆍ스리랑카ㆍ베트남 여성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일본어로 쓰여 있어 한국인 독자에게는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어로 뒤친 책(번역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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