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엔 여러 가지 세시풍속이 있는데 그 가운데 ‘액막이연 날리기’도 있습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보면 대보름날 저녁에 액막이연 날리기를 하는데 연에는
“집안 식구 아무개 무슨 생(生) 몸의 액을 없애버린다.”라고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연을 날려보낸 뒤 다시는 날려보내지 않습니다. 이는 대보름이 지나면 서서히
농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연을 날릴 여가가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만일 연을
날리는 사람이 있으면 “소 잡는 백정”이라고 비웃습니다.
또 송강 정철의 시조에 보면 “내 집의 액을 너 홀로 가져다 사람들의 집에 떨어지지
말고, 나무에 걸렸다가 비 오고 바람 불 때 저절로 없어지거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자신의 액을 날려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액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았던 우리 겨레의 ‘더불어 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