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을 가장한 변형된 춤사위가 있다

2020.08.03 22:58:37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8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최윤희의 국립국악원 도살풀이춤 개인발표회(2004, 2)에 이매방 명인이 특별출연을 해 주었고, 축하의 글까지 보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명인에 의하면 김숙자 명무의 도살풀이춤은 크고 무거우며 엄숙하고 강한 민속무용이며, 감동을 주는 예술의 혼(魂)과 맥(脈)이 담긴 최고의 춤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었고, 무형문화재 제도와 관련해서도 공개적으로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2004년 2월, 당시 이매방 명인은 최윤희의 도살풀이춤 발표회를 축하하는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었다.

 

“근자의 무용계를 둘러보건대, 전통춤 원형의 변질을 비롯한 일부 인간문화재 지정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들의 행태로 인하여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엄연히 <도살풀이춤>의 장단과 춤사위가 있음에도, <살풀이춤>을 도용하여 제멋대로 만들어 추면서 원형이라고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것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관청에서는 오히려 엉뚱하게도 그런 사람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려고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이르렀습니다.”

 

 

전통춤의 원형을 변질시켜 놓고도 인간문화재 지정에만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있다는 지적은 날카롭기만 하다. <도살풀이춤>의 장단과 춤사위가 특징 있게 존재함에도, 이를 따르지 않고 <살풀이춤>의 춤사위를 도용해서 원형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중차대한 내용이나 사실을 당시의 문화재 위원들은 왜 식별하고 있지 못했을까?

 

또한, 그들의 결정을 무조건 따라가고 있는 문화재 관리나 통제하는 주무관청도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이렇게 원형이 아닌 춤을 마치, 원형인 양 잘못 인식하고, 이러한 사람들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려 한다는 사실에 정통파 예인들은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소한 그 춤의 최고 권위자인 예능보유자에게 자문이나 확인과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이 명인의 지적은 계속된다.

 

“ 평생에 걸쳐 공부하면서 갈고 닦고 또 힘들게 수련하는 사람에게 맥(脈)이 이어지는 후보자의 선정방식이나 전수조교 지정절차에 있어서도 해당 보유자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통보절차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 것은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반드시 고쳐야 할 제도이다”

 

 

한 마디로 해당 종목의 예능보유자 의견은 아예 무시해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래 무형문화재 전승구조는 예능보유자-보유자후보-전수조교-이수자-전수생의 구조였다. 전수자들을 지도해서 이수를 마치게 되면, 그 이수자들이 올라갈 수 있는 다음 단계는 <전수조교>고, 그 위가 <보유자 후보>, 그리고 최종은 예능보유자가 되는 단계였다. 그러므로 조교나 후보자를 선정할 때에도 매우 신중했어야 하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이 장차 해당분야의 예능보유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수조교나 보유자후보를 지정할 때에도 그들을 지도해 온 예능보유자의 의견은 아예 무시해 버리거나 통보절차도 없이 강행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이 명인의 주장이었다.

 

참고해야 마땅한 얘기다. 해당 종목의 예능보유자 만큼 정확하게 알고 표현할 수 사람은 없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이론이나 실기능력, 그리고 인간관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전승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결정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해당 종목 예능보유자의 의견 청취는 반드시 경청해야 할 당연한 과정이다.

 

 

이매방 명인의 축사는 최윤희에게 특별히 전통춤을 잘 지켜 달라며 이렇게 맺음을 하고 있다.

 

“오늘 고 김숙자 선생에게서 전수받은 원형을 외롭게 지키면서 또 많은 전수생을 양성하여 예술혼을 이어가고 있는 최윤희를 바라보면서 큰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 이렇게 외롭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서 오로지 전통춤을 고집할 때, 우리의 전통문화는 영원히 후대에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전통춤을 지키고 최윤희의 제 춤 몫을 다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심으로 축사를 대신합니다.

2004년 2월 25일 이매방”

 

구구절절이 최윤희를 바라보면서 비록 선생은 떠났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우리의 전통춤은 영원히 이어질 것이고, 그가 그 역할을 잘해 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었다. 이 명인뿐 아니라 무용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활동해 오던 최윤희는 2012년 대전시 무형문화재 <입춤>의 예능보유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김숙자로부터 최윤희에게 전승된 <입춤>, 이 춤은 어떤 춤인가?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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