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한 도토리의 생존전략

2020.09.28 12:01:19

[정운복의 아침시평 6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참나무는 나무의 이름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참나무란 나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을

아울러서 참나무로 부르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 참나무들의 열매인 도토리가 산야에 지천입니다.

통통하고 매끈한 도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식물은 대단히 훌륭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토리의 전략은 허접하기 그지없습니다.

단지 열매를 둥글게 만들어 떨어지는 힘에 의지하여 좀 더 멀리 보내 우

연에 의해 싹틈을 기대하는 것과

청설모 다람쥐의 먹이를 통한 이동으로 그들에게 먹히거나

아니면 보관된 장소가 그들의 뇌리에서 잊히기를 바라는

다소 위험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에 있어서 식물의 씨앗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 조그만 열매 안에 식물의 완전체가 이미 유전인자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생존전략은 씨앗은 아주 작게 만들어서 다량으로 멀리 퍼뜨리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도토리는 그러기에는 너무나 크고 단단합니다.

잘 정비된 생존전략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요.

 

 

그들의 대부분은 벌레에 파먹히거나 썩어서 없어지고

일부는 동물의 먹잇감이 되고

극히 일부가 사람에게 발각되어 도토리묵으로 환생하여 술안주로 식탁에 오르게 되지요.

그리고 얼마 안 되는 도토리만이 옥토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엄마 도토리나무가 됩니다.

 

만약에 산야에 지천으로 떨어진 도토리가 모두 싹이 난다면

지구는 온통 도토리나무로 뒤덮여

다양한 생물이 더불어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므로 이 또한 옳은 일은 아니지요.

 

가끔 등산하다 보면 도토리가 밟힙니다.

등산객의 발아래 깨어지고 이겨진 도토리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인류는 하찮은 생명 하나라도 창조해낼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조그만 생명이라도 귀하여 여겨야 함을 생각합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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