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아닌 아비로 살리라 ‘아비. 방연’

2020.10.23 11:39:36

국립창극단 , 역사에서 사라진 왕방연의 삶, 작가적 상상력으로 되살아나
자식을 위해 주군을 저버린 충신의 고뇌를 그린 비극
2015년 초연 시 호평,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더욱 깊어진 소리와 열연 기대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은 레퍼토리 창극 ‘아비. 방연’을 10월 30일(금)부터 11월 8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2015년 초연 당시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은 작품으로 지난 3월, 5년 만에 재공연을 선보이고자 했으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순연된 바 있다.

 

‘아비. 방연’은 조선 초기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할 당시, 강원도 영월로 귀양 가는 단종을 호송하고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실존 인물 ‘왕방연’을 소재로 한다. 왕방연은 맡은 일의 무게감과 달리 《숙종실록》에 한 차례 이름이 등장할 뿐 그밖에 다른 역사서에서는 그 어떤 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인물이다. 극본을 쓴 작가 한아름은 의금부도사 왕방연의 존재에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평생 강직하게 살아왔지만,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파도 속에서 자식을 위해 신념을 꺾어야만 했던 한 아버지의 고뇌와 슬픔을 그린다. ‘아비. 방연’은 영웅담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역사이기에 관객에게 더욱 가깝게 와닿는다.

 

 

‘아비. 방연’은 2015년 초연 당시 서재형의 섬세한 연출과 한아름의 탄탄한 대본, 황호준의 음악과 국립창극단원의 소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새로운 감각의 공연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재공연을 위해 다시 모인 제작진은 작품의 큰 흐름을 유지하면서 수정ㆍ보완 작업을 통해 더욱 농도 짙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작가 한아름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초연에서 대사로 표현했던 부분 가운데 일부를 노랫말로 수정하고 언어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작ㆍ편곡과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황호준은 더해진 노래 가사를 위한 음악을 새롭게 쓰고, 변경된 캐스팅에 맞춰 전체적인 음악을 새롭게 편곡했다. 기악 편성 역시 변화를 주었다. 거문고와 다양한 목관악기 등으로 이색적인 조합을 이뤘던 초연의 편성에 대금과 아쟁을 더해 전통적 색채를 강조할 예정이다. 또한, 조명과 영상을 새롭게 디자인해 한층 세련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연출가 서재형은 “홀로 딸아이를 키워 온 방연을 ‘아비’라고 쓰지만 ‘부모’라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제작진ㆍ출연진과 부모에 대한 확장된 생각을 공유하면서 재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노력이 전해져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부모인 관객의 공감대도 더욱 커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주인공 ‘왕방연’ 역의 국립창극단원 최호성과 왕방연의 딸 ‘소사’ 역을 맡은 객원배우 박지현은 5년 만에 부녀로 재회한다. 그간 한층 성장한 두 배우는 애틋한 부성애와 지극한 효심을 농익은 소리와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이끌어나간다. 초연 당시 최호성은 2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애끓는 부성애를 호소력 짙게 소화하며 “갈등에 휩싸인 왕방연의 심리를 과하지 않으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했다.” “소리와 연기가 인상적이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소사’ 역의 박지현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하며 실력을 쌓아온 만큼 재공연에서 특유의 애련한 성음과 더 탄탄해진 소리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비. 방연’의 비극은 창극단 단원들의 애절한 소리와 강렬한 존재감으로 더욱 돋보인다.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도창’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 전개를 이끌고, 여성 배우인 민은경이 단종 역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친다. 이외에도 김준수(수양대군 역)ㆍ이시웅(한명회 역)ㆍ이광복(송석동 역)ㆍ유태평양(성삼문 역) 등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번 공연은 방역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실행방안에 따라 ‘객석 띄어 앉기’를 실시한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

 

정석현 기자 asadal1212@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