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경련과 양극화 세상

2020.11.07 12:56:59

방안에 구겨져 있기보다는 주변 돌아보기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3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위 경 련

 

                                   - 김 옥 남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 더하고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오른 집값 보태서

       꼭꼭 씹어 꿀꺽 삼켰다.

       자꾸 되새김도 했어

       그래도 소화될 리 없지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그렇게 방안에 구겨져 있다.

 

 

김옥남 시인의 시 <위경련>에는 돈벌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남편의 한숨이 들리는가 하면 복권만큼 큰돈 벌었다며 강남으로 이사 간 친구 탓에 비틀려 짜진 빨래처럼 방안에 구겨져 있다고 신음한다. 자본주의가 보편화한 지금 세상에는 점점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은 1,180만 원이고, 하위 10%는 85만 원으로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지금보다 더 참담하다. 조선 중기 학자 오희문이 임진ㆍ정유 양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 보물 제1096호 《오희문 쇄미록(瑣尾錄)》이란 책에는 처참한 백성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는데 남편이 처자식을 버리고 도망했다거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달아났다거나, 심지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얼마나 가난이 극심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인가?

 

그런데 그런 와중에서도 나눔을 실천한 이들은 존재했다. 전남 구례의 운조루의 류이주 선생은 양식이 떨어진 이들 누구든 쌀을 퍼가라고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뒤주를 놓아두었다. 또 나눔실천으로 유명한 경주의 최부잣집의 가훈에는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이 있다. 그런가 하면 충남 논산 윤증 선생은 가을걷이한 뒤 가난한 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며칠 동안 길목에 나락을 쌓아 두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증 선생 자신은 꽁보리밥에 볶은 소금과 고춧가루를 먹었고, 겨울엔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는 게 예사였다고 전한다.

 

요즘 세상의 부자는 천문학적 가치의 재산을 가진 이들도 많다는데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욕심을 부릴 뿐 조선시대처럼 나눔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하기야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은 오히려 어려운 사람이 더 많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입동도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올 겨울이 닥친다. 방안에 구겨져 있기보다는 주변 돌아보며 나보다 더한 헐벗은 이들이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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