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서옥도> 속의 꽃은 봄꽃인가, 눈꽃인가?

2021.01.16 11:30:29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4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昨冬雪如花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今春花如雪  올 봄 눈 같은 꽃

雪花共非眞  눈도 꽃도 참(眞)이 아닌 것을

如何心欲裂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조선 후기 문인화가 전기(田琦)의 <매화서옥도>를 본다. 저 그림 속은 꽃은 매화일까? 눈꽃일까? 물론 화제에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라 하였으니 화원의 붓끝으로는 분명 매화를 그렸음이다. 그림에서 매화는 눈송이처럼 보일 만큼 그 순정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눈 덮인 산, 잔뜩 찌푸린 하늘, 눈송이 같은 매화, 다리를 건너오는 붉은 옷을 입은 선비가 어우러져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림이다. 전기는 매화가 활짝 핀 산속 집에 앉아 있는 선비고, 그의 절친한 벗 붉은 옷의 선비 오경석은 거문고를 메고 다리를 건너 초가집을 찾아온다.

 

 

그런데 여기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쓴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란 한시도 있다. 겨울엔 눈이 꽃 같았고, 봄엔 꽃이 눈인 듯하단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눈과 꽃에 마음을 뺏기고 미어지려 한다. 만해 선생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데 하물며 중생들이야 어떨까?

 

일제강점기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으며, 일제강점기 큰스님 만공선사는 “이 나라에 사람이 하나 반밖에 없는데 그 하나가 만해”라고 했다고 한다. 그토록 가까웠던 최린, 최남선, 이광수 등에 대해서 ‘친일파’라며 상종조차 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일부 민족대표들이 사형당할 것을 두려워하자 선생은 “목숨이 그토록 아까우냐?”라며 호통을 쳤다. 지금 한용운 선생처럼 세상을 향해 크게 꾸짖을 어른이 기다려진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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