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심은 곧 백성의 마음

2021.02.11 11:28:31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4]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상호 교류하며 얻으려는 목표가 있다. 바로 몸과 마음이 도달해야 하는 곳은 하늘의 이치를 아는 도심과 천심의 세계다.

 

천심이란 사람이 지키려는 하늘의 도리다. 일찍 중국 철학사에서 인심도심설이 처음 나타난 것은 요순시대라고 본다. 《서경》의 기록에 근거한 이후 12세기 송나라의 주희(朱熹)에 이르러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중용》의 머릿글에서 인심도심의 철학적인 해석을 시도하였다.

 

말하자면 우리 마음의 순수하게 도덕적인 것은 도심이요, 신체적인 기운에 따라서 부도덕으로 흐를 위험성이 높은 것은 인심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원래는 한마음이지만, 그것이 작용할 때 의리를 따라서 나타나면 도심(道心)이요, 신체상의 어떤 욕구를 따라서 나타나면 인심(人心)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심은 선하다고 말할 수 있고, 인심은 선한 경우와 악한 경우가 같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착한 마음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타고날 때부터 착하다고 보는 성선설(性善說)에 근거를 둔다. 그리하여 도심은 인간에게 있는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사양하는 마음, 그리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천심을 일상에서는 본심이라고도 한다. 본심에 티끌 하나 없는 분을 하느님이나 하나님 또는 종교에 따라 상제(上帝)라고 부르기도 한다.

 

불교에서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라는 그림이 있다. 인간이 본성을 찾아 방황하다가 근본[근원, 본심, 빛]의 깨달음에 이르고, 선과 깨우침의 길을 찾아 나서는 장면을 일반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려 만든 그림이다.

 

《세종실록》에 성인의 덕과 천심을 같이 놓고 인간의 도리는 인의(仁義)로 보고 있다.

 

천심과 인의: (평안도 도절제사 최윤덕이 야인 평정을 하례하는 전을 올리다) 성인의 덕이 천심(天心)에 합하고, 인의(仁義)의 군사가 오랑캐를 평정하니, 장수와 군사들은 기뻐하여 노래를 부를 뿐이옵니다. (《세종실록》15/5/5) 聖人之德, 允合於天心; 仁義之師, 悉平其獷俗。)

 

사람의 마음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퇴보하고 나라는 궁색해져 간다. 왜 그럴까? 바로 사람은 처음으로 알게 되는 사실보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옳다’고 믿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진리의 착오 효과(illusion-of-truth effect)'라고 한다.

 

사람이 진리라고 믿는 것도 근본은 같으나 그 모양이 바뀔 수 있다. 시대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유사하게 ‘도덕적 운(Moral luck)’의 경우도 있다. 친절한 선의의 행위가 결과가 나쁘게 비칠 수 있다. 한 예로 내리막에서 40명을 태운 버스가 앞에 끼어드는 오토바이를 피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그 오토바이를 치고 갈 것인가다. 어려운 결정이다.

 

마음의 천심도 사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비추어질 수 있다.

 

사회적 천심 곧 민심

 

 

역사적으로 천심을 사회적으로 보면 민심(民心)이라 할 수 있다. 민심은 곧 하늘의 뜻과 같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과 통한다.

 

중국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君者舟也 庶人者水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水則載舟 水則覆舟(수즉재주 수즉복주), 此之謂也(차지위야)’. 곧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것은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군주가 편안하고자 한다면, 정치에 사사로움이 없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한다.

 

이는 나라의 주권은 백성에게 있다는 뜻의 ‘주권재민主權在民’을 나타낸다. 이에 유사한 ‘군주인수(君舟人水)’도 있다.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의 임금인 애공(哀公)에게 “무릇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합니다. 임금께서 이것을 위태롭다고 여기신다면 무엇이 위태로운 것인지 알고 계신 것입니다.(夫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可知矣.)”라고 말한 바 있다.

 

실록 속의 천심

 

《조선왕조실록》 속에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이어서 천심이 민심으로 여럿 나타나게 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먹는 것은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온데, 이제 흉년을 만나 민생이 염려되오니,” 民爲邦本, 食爲民天, 今値年歉, 民生可慮。(《세종실록》 즉위년 10/3)

 

이 글은 비록 사간원에서 올린 상소문의 형태인지만 세종은 이를 가납하고 이후 두 번 더 ‘민위방본’을 쓰고 있다. 이에 유사한 용어는 ‘民惟邦本(민유방본)’, ‘邦本之天(방본지천)’, ‘民心者 邦國之本(민심자 방국지본)’ 등 30여 차례의 언급이 있다.

 

민심이 천심: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예ㆍ의ㆍ염(廉)ㆍ치(恥)는 나라를 다스리는 네 벼리(뼈대가 되는 줄거리)니, 네 벼리가 베풀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리겠나이까. (가운데 줄임) 대저 민심이 있는 곳은 바로 천심이 있는 곳이니,” (《세종실록》19/5/20)

 

천심에 순응: (양녕을 탄핵하는 상서를 올리나 윤허하지 아니하다) 대간에서 연명(連名)으로 상소하기를, “신 등이 여러 차례 상소하였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였는데, 또 교지를 내리시오니, 신 등은 반복하여 이를 생각하였습니다. 그윽이... 다스리는 도는 천심에 순응하고 민심에 좇을 따름입니다. 《서경》에 말하기를,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이 보는 것으로부터 보며, 하늘이 듣는 것도 우리 백성이 듣는 것으로부터 듣는다.’” (《세종실록》20/1/7)

 

천심에 따르다 : 집현전 직제학(集賢殿直提學) 이계전(李季甸) 등이 상서하기를, “전(傳)에 말하기를,...민심을 동요하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1. 의염(義鹽, 나라에서 전매하는 소금)을 설치한 것은 본래 백성을 이(利)롭게 하고자 함인데, 시험하는 처음을 당하여...천심(天心)을 순(順)히 하시면, 이것이 신 등의 지극한 소원입니다.”(《세종실록》28/5/3)

 

세종의 마음 다스리기는 마음을 고쳐 잡는 개심(改心)에 이어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심(用心) 그리고 이를 지속하려는 항심(恒心)에 이어 마음과 몸이 함께하는 진심(盡心) 그리고 이 모든 근거를 천심(天心)이 이끌게 된다.

 

‘천심’과 관련하여 인간의 순수한 마음으로서의 ‘본심(本心)’이 있다. ‘본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717건 가운데 세종 24건이고 조선 중 · 후기에 많이 나타난다. 연관어로 정심(正心)《세종실록》(7/11/29), 경심(敬心)(《세종실록》 6/11/3), 인심(仁心)(《세종실록》6/4/25), 성심(聖心)(《세종실록》 7/6/2), 소심(素心)(《세종실록》5/11/25), 진심(眞心)(《세종실록》30/7/20) 등이 있다.

 

사회적으로는 천심은 곧 백성의 소리이고 백성의 생각이다. ‘천심’은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모두 1,385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53건으로 많은 임금 가운데 한 분이다. 천심은 성리학이 더 활성화한 중기 이후에 더 활발히 나타나는 용어다. 중종 83건, 선조 65/8건, 숙종 64/4건, 영조 76건 등이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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