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 걸어간 자각ㆍ자성ㆍ회오ㆍ자신ㆍ상생의 길

2021.03.11 11:04:24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6]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생생의 길- ①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삶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했거나 잘못한 일을 늘 마음에 새기며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거듭나야 한다.

 

지난 5회 동안 세종의 마음에 대해 개심(改心)에서 진심(盡心)에 이르는 단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세종이 비록 논리적으로 설파하지 않았지만 말씀하신 궤적들을 살피면 그러한 흐름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렇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바로 다른 여러 언사 가운데 이런 길을 다시금 제시하는 것이다. 곧 마음이 아닌 ‘행동의 차원’을 바탕으로 논하는 것이다.

 

그 길은 가) 자각에 이어 나) 자성 다) 회오 그리고 라) 자신(自新)과 마) 생생의 길이다. (두 번에 나누어 기술해 본다.)

 

1단계 : 자각

 

사람의 거듭나기는 자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성이 보인다.

 

임금이 말하기를, ... 또 일에는 시행하지 않은 것이 있고 이미 시행한 것이 있는데, 만약 아직 시행하기 이전이라면 비록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그름을 알고 개정하였더라도, 율에 죄책이 없으니 죄를 가하지 않는 것은 마땅하였다, 하였다.(《세종실록》13/ 6/13) 若未施行之前, 雖不自覺, 他人知非而改正, 則律無罪責, 宜勿加罪。

 

신개 등이 권매동의 추국과 관련하여 형조ㆍ의정부 관리들의 죄를 청한다. 이는 영흥의 군기고 방화사건 이야기다. ‘자각’이란 머리와 몸의 느낌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자각은 스스로 깨닫는다는 뜻이다. 의식과 연관된 언어로 사대부와 관련한 기사에서 나오게 된다. 백성들과 연관해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신분에 따른 사람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에 따른 용어의 차이가 드러나는 경우다. 이런 발견은 실록을 통한 시대 의식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다.

 

‘자각自覺’은 조선 중기에 많이 나타난다. 성리학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일 것이다.

 

모르는 일에 대한 깨달음 : (상왕의 명으로 임금이 부득이 작은 잔으로 술을 한 잔 마시다) 상왕의 명이시니 불가불 좇으셔야 할 것이요, ‘이제 일기가 음습하오니, 마땅히 근신하셔야 할 것입니다. 비록 연소 무병하다 하옵시나, 병이 몸에 들어오는 것은 스스로 깨닫지 못합니다.’(《세종실록》2/7/22) 今天氣陰濕, 宜加謹愼。雖曰年少無病, 病之入身, 不自覺也。

 

잘못을 깨달음 : 박은은 아뢰기를, 최이의 사람됨이 단정하고 평순하여 해됨이 없으니 지금 관찰사가 되어도 또한 크게 근신할 것입니다. ‘그 범죄한 것이 비록 과오라 해도 마땅히 자각(自覺)하는 것으로 논할 것입니다.’ 其所犯雖誤, 當以自覺論。(《세종실록》2/9/4)

 

실수를 깨달음 :(형조가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명하다) 임금이 형조 판서 이발에게 말하기를, 형조에서 실수한 일이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깨달았으므로 논죄하지 않기로 했는데(然以自覺勿論)’ 다시 이런 일이 있지 않는가, 하니, 이발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사죄(謝罪)하였다.(《세종실록》3/12/23)

 

깨닫고 보고하여 수습 : (의정부에서 양부 소생의 남정이 역을 도피하는 폐단에 대한 시정책을 아뢰다) 그러나, 스스로 깨닫고 보고하였으니 추후하여 의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종실록》 27/7/18) 然自覺擧, 難以追論。

 

자각은 자기도 모르는 일에 대해 어떤 증상을 통해 후에 알게 되는 일, 알고 저지르고 잘못을 늦게 아는 일, 잘못을 늦게 깨닫고 고백하는 일 등이 있다. 자각이란 마음속에 숨어 있는 본성이나 지혜를 뒤늦게 찾고 이를 고백하거나 고치려는 과정이라 하겠다.

 

2단계 : 자성

 

자각 다음의 제시하는 자성(自省)은 뜻 그대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는 일이다. 《세종실록》 8건 가운데 절반이 양녕이 자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올리는 소(訴)의 내용에서 나온다.

 

송구한 마음[恐懼自省] : (이영상이 양녕을 죄상을 따져 물으면서) 대군은, ... 주상 전하께서는 우애하시는 정으로 특별히 접견(接見)하셨으니, 성은이 지극히 넓고 두터우셨습니다. 대군은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스스로 반성하여, 항상 조심하고 삼가는 것이 마땅합니다.(《세종실록》19/10/7)

 

 

공구자성(恐懼自省) : (양녕을 탄핵한 이영상을 국문하다) 제의 처지로서는 진실로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종실록》19/10/19)

 

(주) 공구자성(恐懼自省) : 심히 두려워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것.

 

염치없음 :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공조 좌랑 최암(崔庵), ... 등은 대간의 서명도 받지 아니하고 내보냈으되 조금도 반성하지 않고, 임금에게 절도 하기 전에 안연히 녹을 받았으니 조금도 염치가 없다.(《세종실록》19/8/2)

 

‘태어나 처음이다’, ‘철들고 처음이다’ 등의 관용어는 생활 속에서 얻는 자각과 자성에 대한 이야기다. 종교에서도 이에 대한 용어가 있다. 불교는 ‘깨달음’ 혹은 ‘깨우침’이요, 기독교에서는 ‘거듭나기’이다. 자각 속에서 스스로 깨달았든, 성령이 몸 안에 들어와 뜨거움을 느끼거나 회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하여 새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 사람’에 대한 정의는 여러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깨달음’이나 ‘거듭나기’는 우리말이 철학적인 힘을 갖는 일로 곧 우리말의 개념 획득이라 하겠다.

 

연관어로 ‘각성(覺醒)’이 있지만 ‘각성’은 조선조 전체로 영조 때 1건 나온다.

 

3단계 : 후회, 회개, 회오

 

후회는 모두 685 건 가운데 세종 조에 40건이 나온다. 이는 일반 명사다.

 

회개 : (강상인은 관노로 만들고 박습 등은 귀양보내다) 박습은 성상께서 너그러이 용서하시는 은혜를 생각지 않고 말을 꾸며 등문고(登聞鼓, 신문고)를 치면서 망령되이 스스로 하소연하여 조금도 회개하는 마음이 없이 더욱 불경한 마음을 품고 있사오니.(《세종실록》즉위년/9/14) 妄自申訴, 曾無悛改之心, 復有不敬之懷, 請置于法, 以示公道。

 

회오(悔悟) : (오도리의 마좌화 등이 토산물을 바치다) 그들이 회개(悔改)하고 각성하고 스스로 안정(安定)하기를 바라서 조금도 트집 잡지 않고 여전하게 대우하였음은 너희들도 또한 알고 있는 바이다.(《세종실록》22/7/21) 第冀其悔悟自安, 略無致詰, 待之如初, 亦爾等所共。

 

회개나 회오는 자각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생각하며 자성을 인식하는 속에, 마음으로 그간의 잘못된 일을 고칠 것을 다짐해보는 과정이다.

 

사람이 거듭나는 생생의 길을 걷는 데는 가) 자각에 이어 나) 자성 다) 회오 그리고 라) 자신(自新)과 마) 생생의 길로 나가는 데 이번 호에서는 자기의 잘못을 몸으로 깨닫는 자각- 자성- 회오의 길을 살펴보았다.

 

 

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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