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소리는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줄

2021.03.15 21:58:46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15]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5~7회 <한국전통음악심포지엄>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관련 행사를 거듭할수록 3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였고, 이들에 의한 별도의 특별공연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마침 2007년 대회는 김동석이 남가주 서울대 총동창회장이 되어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악공연의 활성화를 통해 교포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는 이야기, UCLA 외에도 루가시 아카데미나 한국문화원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무려 48명의 국악교수 및 실기인들이 참여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던 10회 대회 때의 이야기와 39명이 참가했던 제11회 대회 때의 이야기가 되겠다. 처음 6명이 참여하여 제1회 <한국전통음악심포지엄> 곧 UCLA 학술강연과 무대 공연을 조촐하게 가졌던 때에 견주면 양(量)적인 면에서는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당시에는 서한범, 윤명원, 이현주 등의 학술강연과 유지숙, 박복희의 경서도 소리, 그리고 거문고 산조의 오명석이 객석을 압도했던 기억이 새롭다.

 

 

 

제10회 대회의 공연무대는 예능보유자 황용주 외 9명이 부르는 선소리 산타령으로 시작하였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이 지면을 통해 사단법인 <선소리산타령보존회> 여러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UCLA의 한국음악과를 돕고, 나아가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나의 취지에 동의해 주고, 망설임 없이 함께 미국 땅을 수 차례 방문해 주었다는 점이다.

 

산타령의 동(動)적인 무대에 이어 다음의 순서는 정(靜)적인 노래, 박문규 명인의 가곡창 ‘언락’이 장내를 정숙한 분위기로 만들어 대조를 이루었다. 이 노래는 반드시 반주악기를 동반해야 해서 거문고,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장고, 등 관현악 반주진 6명이 노래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대여음에 이어 “벽사상이 어른어른커늘 임만 여겨 벌떡 뛰어나가 보니”로 시작되는 가곡은 언제 어디서 듣더라도 그 장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였다.

 

이어서 더욱 표현법이 자유스러운 긴잡가 12곡의 하나인 ‘소춘향가’를 박규희의 창으로 감상하였다. 당시 박 양은 어린 학생으로 그 어려운 노래를 무난하게 표현하고 있어 갈채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차은정 외 2인의 가야금 합주와 한혜영, 박현진 교수팀의 가야금병창 ‘사랑가’도 대단한 반응을 보였다. 사랑가는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이 도령과 춘향의 사랑대목을 가야금을 타며 부르는 노래로 사설 내용이나 가락, 장단의 구성이 젊은 남녀 사이 호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대목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노래다.

 

경기명창 노학순 외 11명의 합창으로 ‘회심곡(回心曲)’이 이어졌다. 불교의 교리를 일반 대중이 잘 알고 있는 가락 위에 얹어 부르는 이 노래는 독창과 합창의 구성이 돋보였고 특히 노학순의 경륜이 묻어나는 멋진 순서였다.

 

마지막 순서는 ‘아리랑’을 비롯한 한국의 전통민요를 함께 부르는 순서였다. 특히 아리랑을 객석과 함께 합창할 때는 한국인의 동질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재청은 끝이 없었다. 주로 경기민요가 그 대상이었다. 단국대와 수원대 대학원 학생들, 학부생들 18명이 악기 연주에 참여해 주었고,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수들이 살풀이춤, 장고춤, 부채춤 등을 선보여 이번 무대를 빛내 주었다.

 

 

제11회 대회도 39명이라는 절대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연주여행을 함께 했다. 특히 UCLA 학술강연과 무대 공연에 이어 2012년 2월 11(목) 저녁에는 LA 한국문화원에서 공연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원의 객석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몰려든 인파를 수용할 수 없는 점이 늘 아쉬운 점이다. 문화원 담당자에 의하면 사전 예약제를 철저하게 시행해도 교민들은 무조건 찾아와 밖에서라도 듣겠다고 몰려든다는 것이다.

 

고국의 산천(山川)과 일가친척을 뒤로하고, 멀리 떠나 와 타향에 살면서 잊고 지내던 한국의 정감 넘치는 가락들을 직접 듣고 만나기 위해 몰려드는 그들의 심정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극장 내부로 입장을 못 하고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관객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날의 첫 순서 역시, 호쾌하고 신명이 넘쳐나는 ‘놀량-앞산-뒷산-잦은산타령’으로 막을 열었다. 산타령은 언제 들어도 씩씩하고 활기찬 소리여서 공감이 크다. 한바탕 소리판이 지난 뒤, 최진아의 거문고 독주가 들뜬 무대를 진정시켜 주었고, 다시 청춘가를 시작으로 굿거리 장단의 경기민요가 10여 명의 소리꾼들에 의해 흐드러지게 울려퍼졌다.

 

객석은 벌써 박수와 추임새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흥겨움을 경북지방의 전수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임종복이 가야금병창으로 이어간다. 조효녀, 이건자, 최숙희 등 7명의 합창으로 ‘회심곡’이 또 다른 분위기를 이어갔고, ‘진도아리랑’ 외에 맛깔스러운 남도민요, 곧 우리나라 남쪽 지역에서 불려지고 있는 소리제도 객석의 열띤 호흥을 받았다. 남도의 대표적인 소리가 판소리이고, 이 지방의 민요가 곧 남도민요인 것이다.

 

이날의 절정무대는 정순임 명창의 판소리 순서였다. 정 명창은 춘향가를 부를 예정이었으나, 단가(短歌) 한 대목을 부르면서 객석의 반응을 살피고, 객석이 무슨 소리를 원하는가를 파악하여 즉석에서 소리를 이어가는 명창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객석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소리판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다.

 

박수가 끊어지질 않는다. 사회자가 아무리 다른 순서를 예고해도 객석의 요구는 좀체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또 다른 소리 한 대목을 부르는 것이다. 슬픈 대목에 이르면 손수건을 꺼내는 청중이 하나둘이 아니다. 진정 판소리를 비롯하여 각 지방의 민요와 같은 전통의 소리들이 미국의 한국인과 고국의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굵은 줄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사회자가 모든 출연진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단장인 나를 무대에 불러낸다, 나는 우리가 왜 여기에 왔으며, UCLA 한국음악과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을 강조하며 또다시 내년을 약속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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