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저고리를 짓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

2021.04.26 22:15:08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5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입는 옷이 배냇저고리입니다. 오희문이 쓴 임진왜란 때 9년 3개월에 걸친 피란일기 《쇄미록(尾錄)》에 “오늘이 곧 새로 난 아기의 삼일이다. 몸을 씻기고 비로소 새 옷을 입히고 이름을 창업이라고 지었으니…"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새 옷이 바로 배냇저고리를 뜻합니다.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입힌다고 하여 ‘일안저고리’, ‘이레안저고리’, ‘이란저고리’라고도 하였고, ‘배안의 옷’, ‘첫돈방’이라고도 했으며, 제주도는 특이하게 삼베로 지어 ‘봇뒤창옷’이라고 했지요.

 

 

배냇저고리는 품을 넉넉히 하고 길이를 길게 해 배 아래까지 덮었으며, 소매도 길게 해서 손을 완전히 감쌌습니다. 깃과 섶을 달지 않고, 아기의 수명이 실처럼 길게 이어지라는 뜻에서 고름 대신 길게 무명 실끈을 꼬아 붙여 앞을 여며줍니다. 갓난아기는 목욕을 자주 해주어야 하는데 이때 입고 벗기기가 아주 편한 옷이 바로 배냇저고리입니다.

 

남자아기의 배냇저고리는 재수가 있다 하여 시험을 보거나 소송이 벌어졌을 때 부적같이 몸에 지니는 풍습이 전해집니다. 집안의 장수한 어른이나 어머니의 옷으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지요. 엄마가 바느질하면서 손끝을 많이 움직이면 아기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옷을 지을 때 엄마의 사랑이 뱃속 태아에게 전해질 터여서 옛사람들은 배냇저고리로 자연스럽게 태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현대의 엄마는 옷을 사 입히겠지만 배냇저고리를 직접 사랑하는 아기에게 지어 입히면 어떨까요?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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