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안방 자리를 내준 ‘혼인’이란 말

2021.05.10 22:21:59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59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는 엉뚱한 말에 밀려 본래의 우리말이 잊혀 가는 것이 있는데 그 가운데 바로 “혼인(婚姻)”도 그 하나로 지금은 모두가 “결혼(結婚)”이란 말을 쓰고 있지요. 뭐가 문제일까요? 먼저 혼인이란 말을 살펴보면 혼(婚)은 혼인할 "혼"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친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姻)은 "사위의 집"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혼인이란 말은 아내와 사위 곧 “남녀가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結婚)”이란 말은 인(姻)이 없으므로 남자가 장가간다는 뜻만 있고 여자가 시집가는 것에 대한 의미는 없습니다. 따라서 “혼인”에 견주면 “결혼”은 남녀차별이 담긴 말이라 할 수 있지요.

 

“혼인”이란 말뿐이 아니라 우리 겨레는 혼인하는 시각도 양을 대표하는 해와 음을 대표하는 달이 만나는 시각(해와 달은 하루에 새벽과 저녁 두 번 만난다) 가운데 저녁 시간인 유(酉)시 곧, 5시에서 7시 사이에 치렀는데 이는 음과 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려는 철학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남녀의 짝을 배필(配匹)이라고 하는데 이는 유(酉)시에 나(己)의 짝(配)을 맞이한다는 뜻이 들어있지요.

 

 

그런데 전통혼례에서 남녀가 맞절할 때 여자는 두 번씩 두 차례 남자는 한 번씩 두 차례 절을 하는 것을 보고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남자는 양이므로 양의 기본수가 1이며, 여자는 음으로 음의 기본수가 2인데 통과의례 같은 큰 의식에서는 기본회수의 갑절을 하는 것이므로 남자는 1의 두 배인 두 번을 여자는 2의 두 배인 네 번을 하는 것이지 여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지요.

 

특히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혼인하고 나면 부부 사이의 나이 차이는 의미가 없어지고 부부가 그 격이 같아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부간에는 말부터 존대하게 하여 서로를 존중하도록 하였지요. 부부가 서로를 높이면 부부의 격이 함께 올라가고 서로를 업신여기면 부부의 격이 함께 떨어진다고 여긴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겨 아무 생각 없이 뚝딱 해치우는 서구식 결혼식에 견주어 우리의 전통혼례는 참으로 깊은 뜻이 들어 있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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