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들이여. 가자!

  • 등록 2021.07.20 11: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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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 한노아 사진전 <오니고 On y Go>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오니고 On y Go’는 젊은이들 사이에 쓰이는 은어다. 불어와 영어가 합쳐진 조어로, ‘가자’라는 뜻이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희망이나 열망을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가자를 길게 발음하는 ‘가즈아’에 더 가깝다.

 

한노아 사진 시리즈 <오니고 On y Go> 속 주인공들은 배달노동자들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물자를 이동하는 노동을 한다.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기업형태를 기반으로 하고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지만, 배달의 풍경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슬기말틀(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주소로 가서 음식을 픽업해 고객에게 전달한다.

 

 

 

시선은 늘 손말틀부름(콜)을 보기 위해 손말틀을, 또는 곧장 내달리기 위해 신호지시등을 향한다. 하루에 보통 10시간, 12시간씩 도로 위에 머문다. 손말틀 화면에서는 시시각각 시간을 통제하는 창이 적색으로 바뀌며 배달 시간을 재촉한다. 인공지능 자동 추천 배차는 직선거리로 계산한 배달시간 10분을 요구하지만, 실제 돌아가야 하는 거리는 그 이상이기 일쑤다.

 

교통법규를 지키며 운전을 하려면 주어진 시간을 넘기게 된다. 시간은 고객 평가와 직결되고 고객의 평가는 곧 성적표가 되기에 눈치껏 신호를 위반하고 과속을 해야 배달 시간을 지킬 수 있다. 단속에 걸려 그날 일당을 벌금으로 반납하는 일도 있다. 또 주차 문제로 시비가 일기도 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뒤에 달린 배달통에 이렇게 적고 있다.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라고.

 

배달노동의 현장에서 현장을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현실들이 <오니고 On y Go> 안에 가득한 이유는, 사진가 한노아가 사진 속 주인공들과 같은 일을 하는 배달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딘가에 젊은 다큐멘터리사진가가 있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떤 현실을 옮겨다 주는 것도, 일과 일 사이에서 기록한 것도 놀랍지만 모든 사진을 아날로그방식으로 작업한 것은 더욱 놀랍다. 수동카메라와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직접 현상하고 인화한 것이다. 빠르게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거리사진에서 노출과 초점을 일일이 조정해야 하는 아날로그방식은 무척이나 까다로웠을 것이다. 이제 갓 두 번째 개인전을 하는 사진가는 말한다. “한 번의 셔터에 더 무겁게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일종의 ‘자세’”라고.

 

 

 

 

한노아 사진전 <오니고 On y Go>는 7월 27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귀에 선 이 전시 제목은 어쩌면 배달노동자들이 출발하자며 마음의 시동을 거는 소리일 것이다. 혹은 그래도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구호일 수도 있다. 또는 하부에 있는 노동자 혼자 “모든 상황,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 구조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제발 좀 ‘가즈아!’라고 외치고 싶은 사진가의 열망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

 

작가 한노아는 개인적인 선택과 사회적 요인으로 50번의 거주지 이동을 했다. 2013년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주제로 한 사진들로 첫 번째 개인전 <닳은>(ART-C 갤러리)을 했다. 이후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를 유랑하며 자연스레 노마디즘(특정한 값어치나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내려는 사고방식)이 뿌리내렸다. 인간과 삶에 대한 연민과 애착을 두고 있지만, 어느 것에도 동화되지 않으려 한다. 어떤 개념의 울타리 없이 담담하게 내가 사는 삶의 현장 안에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한다.

 

전시에 관한 문의는 전화(02-720-2010)로 하면 된다.

 

 

이한영 기자 sol11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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