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km의 백두대간 모두 답사한 시인마뇽

2021.12.10 11:29:55

평창강 따라 걷기 제8구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1년 6월 8일(화)

<답사 참가자> 이상훈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홍종배 최돈형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6월 19일(토)

 

이날 걸은 평창강 따라 걷기 제8구간은 평창읍 대하리 연화사 입구에서 출발하여 영월군 한반도면 광전리 소오목2교에 이르는 11km 거리다.

 

 

영월군의 위치는 아래 영월군 위치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월군은 2개 읍 7개 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3을 보면 평창강은 영월군의 주천면, 한반도면, 남면, 그리고 영월읍을 지난다.

 

 

 

평창강은 제8구간부터는 영월군 지역을 흐른다. 평창강은 구불구불 남쪽으로 흐르다가 한반도지형 부근에서 주천강을 받아들인다.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영월읍 남쪽에서 동강(東江)과 만나는 지점까지의 구간을 영월 사람들은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영월의 서쪽에 있는 강이라는 뜻일 것이다.

 

지금까지 평창강을 따라 걸으면서 실감한 것은 산과 산 사이로 강물이 흐른다는 사실이다. 평창강이 시작되는 백옥포리에서 영월 남쪽 평창강의 끝까지 직선거리는 60km지만 길이는 220km나 되니 얼마나 강이 돌고 돌아 흐르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평창강 따라 걷다 보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생각난다. 문화유산답사기 제2권 제목은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라고 되어 있다. 제2권 123쪽에는 다음과 같은 해설이 나온다.

 

“사람들은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말에 익숙하여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며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곧잘 말한다. 그러나 비록 산이 있어 물이 흐르고 물이 모여 강을 이루었지만, 산은 절대로 강을 넘지 못함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강이 있기에 그 산들은 여기서 저기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강이 아니라면 산은 여지없이 연이어 달렸으리라.”

 

산이 있어 물이 흐르지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지형적으로 맞는 말이다. 두 개의 산봉우리가 가까이 있더라도 그 사이 강물이 흐르면 두 개의 봉우리는 각각 다른 산에 속하게 된다. 산은 결코 강을 넘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역으로, 강은 산을 넘을 수가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산봉우리들을 무리 지을 때 두 개의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 내가 중학교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등으로 지도상에 직선에 가깝게 그려지는 산의 집합이 있다. 인접한 산의 집합이 산맥이다.

 

 

우리나라의 산맥도는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1900년 말부터 1902년 초까지 14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를 답사한 뒤에 땅속의 지질구조선을 기준으로 같은 시기 같은 요인에 의해 형성된 산들을 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산맥도를 보면 한반도에 모두 14개의 산맥이 그려져 있다. 산맥도는 지하자원 및 토양의 분포를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산맥도에서는 산이 강을 넘을 수 있다. 산맥도를 보면 차령산맥이 남한강을 통과하는 등 강에 의해 산맥이 끊기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산맥도와 대비되는 관점이 산경도이다. 산경도는 《산경표》라는 책에 근거를 두고 있다. 《산경표》는 조선 후기의 지리학자인 신경준이 1770년에 만든 책이다. 여암(旅菴) 신경준(1712~1781)은 눈에 보이는 산줄기를 산자분수령이라는 원칙에 따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정리하였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물을 건너지 않고 능선으로만 연결된 선이다. 정맥은 대간에서 출발하여 해안까지 이어지는 능선이다. 그밖에 지맥은 정맥에서 출발하는 작은 능선, 분맥은 지맥에서 출발하는 능선, 단맥은 분맥에서 출발하는 더 짧은 능선을 말한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古山子) 김정호(1804~1866)는 조선 말의 지리학자이다. 그는 전국을 3번이나 돌아본 뒤 산줄기를 표시한 지도를 만들었다. 대동여지도는 기본적으로 산경표의 쳬계를 따랐다. 조정래의 유명한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는 산맥은 산경표를 따르면 호남정맥이어야 맞다.

 

우리와 같이 평창강을 따라 걷고 있는 시인마뇽은 남한에 있는 1대간 9정맥을 모두 걸었는데, 그 거리는 2,800km에 달한다. 그 밖에도 그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명산 100산(필자 주: 등산로를 모두 합하면 1,000km 이상이 될 것이다)을 모두 등산하였고, 섬진강 둘레 산줄기 630km를 걸었다. 최근에는 서해안에서부터 동해안까지 비무장지대를 따라 만든 평화누리길 550km를 걸었다. 현재 시인마뇽은 남한에 있는 5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을 발원지에서부터 하구까지 강 따라서 걷는 엄청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5대강의 길이를 합하면 1,730km이다.

 

등산하거나 강 따라 걷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인마뇽이 특출한 것은 그가 등정한 모든 산의 산행기를 기록하고 강 따라 걷는 매 구간의 답사기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인해 보니 그가 현재까지 쓴 산행기는 모두 727편이나 되는데, 그의 블로그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시인마뇽의 블로그 주소: https://blog.daum.net/mk490)

 

시인마뇽은 아들만 둘 두었다. 첫째 아들을 장가보낼 때 그는 산행기를 골라 책으로 만들어 결혼식에 온 하객에게 답례품으로 주었다. 몇 년 뒤 그는 둘째 아들을 장가보냈다. 이 때도 그는 산행기를 책으로 만들어 하객에게 답례품으로 주었다. 하객들은 매우 특별한 선물을 받고서 모두 즐거워하였다.

 

내 생각에, 그는 단군 이래 우리나라 강과 산을 가장 많이 걷고 또 가장 많이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될 것 같다. 21세기의 산악인 시인마뇽이야말로 19세기의 지리학자 김정호를 능가하는 걸출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인마뇽이 내 친구라는 사실이 나는 자랑스럽다. 친구 자랑은 이쯤에서 끝내고 평창강 답사로 되돌아가자.

 

우리는 오전 11시 20분에 연화사 입구를 출발하였다. 30여 미터를 가자 평창군이 끝나고 영월군이 시작됨을 알리는 간판이 오른쪽에 나타났다.

 

 

‘영월’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의 경우는, 삼촌인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비운의 임금 단종 그리고 방랑시인 김삿갓이 일차적으로 생각난다. 단종이 유배되었다가 죽은 청령포는 평창강의 일부이므로 단종 이야기는 그곳을 지날 때 상세히 알아보겠다. 김삿갓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김삿갓면은 평창강 유역이 아니고 남한강에 속한다.

 

영월(寧越)의 “영(寧)”은 편안하다는 글자다. “월(越)”은 지나가는 땅이라는 글자다. 영월(寧越)은 편안히 지나가는 땅이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한 번 들어가면 큰 전쟁 중에도 화(禍)를 입지 않고 아무 탈 없이 살 수 있는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우리는 이제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를 지나고 있다.

 

 

판운리(板雲里)라는 지명의 유래는 구름과 안개가 넓게 끼는 곳이므로 '널운' 또는 '너룬'이라 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유목정, 삼거리, 밤뒤, 새벌, 둔전동, 가마동, 장충리 등의 행정구역을 병합하면서 '판운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강을 오른쪽에 두고서 길 따라 조금 걸어가자 오른쪽으로 다리가 하나 나타난다. 다리의 이름은 모란교인데, 커다란 돌 항아리 모양의 표시판이 특이하다. 다리를 건너면 모란마을이 나타날까? 다리 건너마을에는 모란이 많이 심겨 있을까? 나중에 다리를 건너 마을로 한번 가보아야겠다.

 

 

이제 계절은 6월 초순이니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날은 초여름이라기보다는 늦봄 날씨여서 그리 덥지 않았다. 올해에는 봄에 유난히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또한 기온이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는 바람에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농부들은 걱정을 한다. 이날도 평년에 견주면 약간 기온이 낮은 날씨이다. 부지런히 걸어도 땀이 나지는 않았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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