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2022.02.12 11:23:07

평창강 따라 걷기 10-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1년 9월 2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우명길,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등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9월 10일 금요일

 

평창강 제10구간은 한반도면사무소에서부터 한반도뗏목마을을 거쳐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이르는 6.8km 거리이다.

 

 

지난 7월과 8월은 더위를 핑계 대고 답사를 쉬었다. 답사 참여자들이 다리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모두 나이가 70을 넘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 한여름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걷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이 되어 찬반 의견을 물었더니 모두가 찬성하여 두 달을 쉬었다. 이제 많이 친해진 얼굴들을 두 달 만에 다시 보니 반가웠다.

 

영월은 삼한시대에 진한(辰韓) 땅이었다. 한강을 점령한 백제의 세력이 커지면서 백제에 속하였는데 100가구가 겨우 넘는 작은 지역이라는 뜻으로 백월(百越)이라 불렀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정책으로 죽령 이남까지 영토가 확장되면서 백월이 내생군(奈生郡)으로 바뀌었다. 통일신라 시대의 행정 구역 개편 때 내성군(奈城郡)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고려 초인 940년(태조 23년)에 영월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1018년(현종 9년)에 원주의 속현으로 병합되었다. 1372년(공민왕21년)에 영월군으로 승격되었고, 조선시대에도 영월군을 유지하였다.

 

영월군 북면 마차리에 1935년 영월탄광이 개발되면서 영월군으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꾸준히 늘어나던 인구는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1972년에 영월광업소가 휴광하면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1970년 이후 인구 변화는 다음 <표1>과 같다. 50년 동안에 인구는 거의 1/3로 줄어들었다.

 

 

한반도면의 원래 이름은 영월군 서면이었는데, 한반도지형이 관광지로 유명해지자 2009년에 면의 이름을 아예 한반도면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검색해보니 한반도면의 인구수는 2021년 8월 현재 2,875명에 불과하다. 이 숫자는 전월에 견줘 13명이 줄어든 결과다. 수도권을 빼고 지방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일행 6명은 11시 30분에 한반도면사무소에서 출발하였다.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아침을 일찍 먹었기 때문에 우리는 점심 식사를 먼저 하고 걷자고 의견을 모았다. 면사무소를 출발하여 약 100m쯤 걸어서 지난번에 점심을 먹었던 호돌이 식당으로 가는데 손말틀(휴대폰)이 울린다. 받아보니 영월에 사는 지인에게서 온 전화다.

 

전화하신 분은 신명식(가톨릭 세레명은 토마스) 선생인데, 내가 지난 5월에 지역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영월군청에서 평창군청까지 2일간 도보 순례를 하는 중에 만난 분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삼척에 건설하려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탑을 반대하기 위하여 삼척에서부터 청와대 앞까지 25일간 480km를 걷는 도보 순례하고 있었다. 신 선생의 고향은 영월군 북면인데, 광산 일을 하다가 은퇴하였다. 현재는 영월성당에서 봉사활등을 열심히 하고 독도 지킴이 운동, 탈핵 운동 등을 하면서 노년을 활발하게 보내고 있다.

 

 

신 선생은 외모에서 경건한 수도자 같은 인상을 주는 분이다. 나는 천주교 방식을 따라 이분을 ‘토마스 형제’라고 부르는데, 카톡방을 개설하여 소식을 간간이 주고받고 있었다. 토마스 형제는 우리의 일정을 알고서 확인차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내가 방금 한반도면사무소를 출발하였다고 말하자,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호돌이식당으로 오시라고 대답했다.

 

호돌이식당에서 장어탕을 먹고 있는데, 신 선생이 오셨다. 나는 식사를 빨리 끝내고 신 선생과 함께 앉았다. 신 선생은 다슬기 해장국을 주문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추가로 된장을 좀 달라고 청한다. 신 선생 말씀은 자기는 음식을 일부러 약간 짜게 먹는다고 한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어긋난 주장이다. 많은 사람은 짜게 먹으면 혈압을 높이고 신장에 해롭다고 알고 있다. 어느 일간신문에서는 전국민 나트륨 줄이기 운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니?

 

나중에 한의사 친구에게 물어보니 체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약간 짜게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짠 음식을 먹으면 물을 더 마시게 작용하여 균형을 맞추어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명리의학을 공부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나트륨은 신경전달물질 성분으로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고 한다.

 

서양의학을 공부하여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들은 나트륨 과다 섭취를 경계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나트륨을 특별히 나쁘다고 지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관련 상식 가운데는 논란이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음식을 짜게 먹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신 선생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일행 6명의 점심 식사비를 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리는 신 선생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신 선생은 영월읍으로 되돌아가고 우리는 12시 30분에 식당을 출발하여 88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날은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가을은 9월부터 11월까지이니 그날은 절기상으로 분명한 가을이었다. 구름이 끼어서 햇빛이 비치지는 않았다.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고, 걷기에 참 좋은 가을 날씨였다. 비가 예보되어 우산을 가져왔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서 꺼내지는 않았다.

 

9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뒷산 밤나무에서는 밤이 여물어가고, 마을 앞 논에서는 벼 이삭의 색깔이 변하면서 무거워진다. 밭에 심은 옥수수는 벌써 익어서, 나는 두 주 전에 맛있는 옥수수를 먹어보았다. 햇감자가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가양이 옆에서 함께 걷게 되었다. 가양이 신 선생에 관해서 물었다. 나는 영월 사는데 탈핵 운동하는 분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자 가양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 교수는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원전은 점점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어떻게 해야 좋으냐”고 묻는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핵이라는 용어 대신에 ‘에너지 전환’이라고 표현한다.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은 기본적으로 원자력과 화력발전은 줄이고 대체에너지는 늘리자는 정책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되, 신규 원전은 건설하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원전이 없어지는 것은 지금부터 56년 후인 2077년이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 보도하듯이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당장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원전 정책은 경착륙이 아니고 연착륙 정책이다. 나는 이러한 주장을 <우리문화신문>에 투고한 적이 있다. 관심있는 독자는 참고하기 바란다.

(https://koya-culture.com/mobile/article.html?no=128805)

 

그러자 가양이 말하기를, “이교수의 생각이 그렇다면 최소한 나와 대화를 할 수 있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당장 모든 원전을 중단하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보수 언론, 그 가운데서도 특히 경제신문들의 원전 보도는 잘못되었다.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오도한다.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언론중재법이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진정하자. 지금, 이 순간에는 평창강을 따라 자연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더 이상의 토론을 하지는 않았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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