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령의 전도사, 성북구의 이건자 명창

2022.03.01 12:00:17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건자(李建子)명창의 제9회 발표회, <선녀와 놀량>을 기획하여 성북구민들에게 선을 보였다는 이야기, 소리꾼 이건자의 순수함과 남다른 열정, 선녀와 놀량과 관련해서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선녀가 하늘나라로 떠나간 이후, 상심에 차 있던 나무꾼은 다시 한번 사슴의 도움을 받아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살게 된다. 그러나 두고 온 인간 세상의 어머니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말을 타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말이 세 번 울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을 지켜야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나 시간을 보내다가 그만, 말이 세 번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다시 하늘나라에 오를 수가 없게 된다. 그 후, 나무꾼은 언제나 하늘만 쳐다보고 선녀와 아이들을 그리며 살다가, 죽어 수탉이 되었다고 한다. 수탉의 울음, ‘꼬끼오 꼬꼬!’는 바로 “곧 갈 거요, 곧”이라는 풀이여서 이야기의 끝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건자 명창의 <선녀와 놀량>이라는 발표회 이름이 주는 의미가 재미있다.

 

 

선녀(仙女)는 땅이 아닌 하늘에서 살고 있는 여인이고, 이들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서 목욕하는 곳이 곧, 깊은 산(山)속의 깨끗한 연못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 세상,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아름답고 멋진 산(山)을 노래하는 소리가 바로 <산타령>이라는 음악이다. 그러므로 선녀와 놀량의 주 무대는 ‘산’이라는 장소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선녀도, 산타령도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화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산타령은 여러 명이 서서, 대형을 갖추며 몸짓과 함께 합창하는 형태의 소리며 연희다. 서서 부른다고 해서 산타령을 <선소리>라고 한다. 한자 말로는 ’입창(立唱)‘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앉아서 부르는 좌창(坐唱)의 대칭개념인 셈이다. 참고로 좌창이란 다른 장르의 노래보다도 긴 호흡으로 앉아서 불러나가는 잡가(雜歌)의 대칭개념이다.

 

지난해 12월 이건자와 그의 제자들이 성북구청 아트홀에서 개최한 9회 발표회의 제1부 내용은 서울, 경기지방의 <산타령>과 장기타령, 그리고 삼도 사물놀이였는데, 산타령의 음악적 특징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여러 차례 언급해 왔기에 별도의 설명을 생략하고, 박경순 외 15명이 강약과 장단의 호흡을 타면서 멋지게 불러준 장기(將棋)타령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 노래는 경기 가요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모두 5절이 전해오고 있는데, 사설의 내용은 처음 시작 부분에서 높은음으로 질러내는 형태이다.

 

“날아든다 떠든다. 오호로 날아든다. 범려는 간 곳 없고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한산사 찬 바람에 객선이 두둥둥 에화 날아 지화자,” 그리고 후렴이 나온다. 장단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어서 매우 흥겨운 노래이다.

 

이 노래의 제목을 <장기타령>이라 붙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기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마지막 5절에 가서 중국의 한(漢)나라와 초(楚)나라가 싸우는 형태를 장기라는 놀이로 표현하는 내용이어서 그렇게 붙인 듯 보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제2절은 집을 짓고 고사를 잘 지내서 만복이 들어온다는 덕담이 이어지고, 제3절은 제주도의 한라산 이야기, 제4절은 평양으로 구경하러 간다는 내용, 그리고 제5절이 바로 장기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사설의 내용은 중국과 관련된 내용과 우리나라 관련사설이 함께 섞여 나오고 있다.

 

이건자의 무대에 특별 초대된 10여 명의 풍물패(신바람)가 호흡을 맞춘 사물놀이는 또 다른 흥취를 마음껏 발휘하여 무대를 뜨겁게 달구어 주었다.

 

제2부에서는 서도지방, 곧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의 산타령과 최은서의 1인 창극, <배뱅이굿>이 지역의 독특한 언어와 표출법으로 선을 보였다. 최은서는 <서도소리>, 그 가운데서도 배뱅이굿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지역의 소리는 조르는 듯한 목구성과 위로 치켜 떠는 듯한 독특한 요성(搖聲)이 있어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인 것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전쟁 이후, 월남해 온 서도지역의 토박이 소리꾼들도 이제는 거의 타계한 실정이어서 그 보존과 계승이 시급한 분야이다. <배뱅이굿>은 19세기 말, 평안남도 용강의 김관준(金官俊)- 김종조(金宗朝)-이인수(李仁洙)-이은관(李殷官)으로 이어져 오는 서도의 창극조인데, 남도(南道)의 판소리와 유사하여 창, 아니리, 발림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판소리에 견주면 그 구성이 짧고 간단한 편이고 극(劇)적인 전개가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과 그 내용이 다소 교훈적이지 못한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 무대에서 경기산타령과 서도 산타령을 동시에 공연하는 이건자 명창은 진정 산타령의 전승교육사 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산타령의 전도사라 하겠다.

 

마지막 제3부는 민요 한마당의 순서로 언제 들어도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매화타령>으로 시작하여 <뱃노래>까지 10여 곡을 준비하였다.

 

비록 비대면으로 소개되었지만, 그 분위기는 만석의 관객을 이룬 공연장 못지않게 흥취가 너울거렸다는 점이 참관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제자들에게 선소리 산타령을 비롯하여, 경서도 민요와 각 지방의 대표적인 노래들을 열심히 지도해 주고 또한 제자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 성북구 주민들에게 우리 가락의 멋스러움을 발표해 온 이건자 명창은 어떤 소리꾼인가? 그가 소리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나 경서도 소리의 명창이 되기까지의 고된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기로 한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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