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인의 풍모가 느껴지는 은곡거사

2022.03.17 11:35:02

평창강 따라 걷기 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9월 30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수연 김종제 연영순 오종실 우명길 원영환 조경숙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1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10일 일요일

 

평창강 제11구간은 한반도 습지가 눈앞에 보이는 충북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에서 영월군 남면 북쌍리 평창강가에 이르는 11.9km 거리이다.


 

 

이번 답사에는 해당 오종실이 분당 사진동호회원 3명과 같이 참여했고, 평창 용평면에 사는 주민 두 명이 참석하여 모두 11명이 걸었다. 은곡은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하루 전에 알려왔다. 지난 한가위에 은곡은 CJ홈쇼핑에서 은곡도마 1만 개 주문을 받아 도마 만든다고 바빠서 못 왔었다. 그런데 일이 잘되려는지, 내년 설을 목표로 은곡도마 판매에 관한 회의가 답사날 있다고 해서 참석 못 하였다.

 

은곡도마는 은곡거사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도마인데, 작품성과 실용성을 갖춘 인기 상품이라고 한다. 은곡은 평창강 답사팀의 단톡방에 도마를 만들고 있는 작업장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서 석영이 9월 8일에 아래와 같은 도마 찬가를 카톡방에 올려서 여기에 소개한다.

 

 

                         도마 찬가

 

                                                      - 박인기

 

은곡의 도마들

인간의 식탁에 맛의 품위를 돋우어 가리라.

 

도마가 빚어놓은 음식들로

인간은 그 육신을 아름답게 공양하고

언젠가 땅으로 돌아가서

다시 목질 웅숭깊은 나무를 키워내는 흙으로 변하고

그 흙에서 자란 나무들

세월과 함께 높이 자라 성장하고

기꺼이 도마가 되기 위하여

다시 인간에게 몸 바치나니

 

은곡의 도마가

그런 섭리 어디쯤서 태어난다.

 

도마여!

도마여!

 

 

내가 은곡을 만난 지는 1년이 안 되지만, 만날수록 그에게서 기인의 풍모를 느낄 수 있다. 그가 쓰고 다니는 하얀 천 모자는 독특하다. 강릉에 사는 여류 시인 벽진이 모자에 친필로 몰현금이라고 붓글씨를 써서 은곡에게 선물했다. 무슨 먹을 사용했는지, 물에 빨아도 먹물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서예 하는 친구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보통 먹에는 아교 성분이 있어서 물에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아크릴이라는 먹을 사용하면 물에 빨아도 먹물이 전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곡의 말에 따르면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으로서 신사임당, 허난설헌, 그리고 황진이를 꼽는데 강릉 출신 3대 여류 시인으로는 신사임당, 허난설헌, 그리고 벽진 최옥인 선생을 꼽는다니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대단한 분인가 보다.

 

벽진 선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강릉 출신 시화작가인데 서예에도 능하다고 나온다. 은곡은 벽진을 예술인으로서 존경하며 가끔 찾아뵙는 사이로 벽진은 강릉에 살며 연세가 99살인데 지금 와병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몰현금이란 무슨 뜻일까?

 

몰현금은 불교에서 나온 용어이다. 몰현금은 ‘줄이 없는 거문고’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본래 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줄이 없는 거문고는 소리를 낼 수 없다. 그게 왜 ‘본래 마음’과 비슷한가?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가 지적했듯이,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인간의 거처이다.” 우리가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사물, 개념, 존재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부처가 깨달은 ‘본래 마음’은 말로서 표현할 수가 없다.

 

일상적인 상식이나 분별을 초월한 깨달음의 경지를 말로써 표현할 수가 없어서 깨달음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식과 언어를 초월하는 경지를 나타내기 위하여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몰현금’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무근수(無根樹, 뿌리 없는 나무)나 무공저(無孔箸, 구멍 없는 피리)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날은 답사 인원이 11명으로서 답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았다. 인원이 늘어나면 교통 문제가 발생한다. 답사길 종점에 차 두 대를 가져다 놓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추가로 차가 1대 더 있어서 운전자를 시작점으로 데려와야 한다. 답사가 끝났을 때 종점에 차가 1대 있으면 11명을 3번으로 나누어 시작점으로 데려가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날은 다행히 차가 3대 있어서 교통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우리는 11시 50분에 한반도면사무소에서 승용차 3대에 7명이 나누어 타고 출발지로 이동하였다. 해당 일행 4명은 아침에 분당에서 출발할 것이다. 그들은 오전에 평창군 대화면에 있는 대덕사 계곡에서 물매화 사진을 찍은 뒤에 중간 지점에서 우리와 합류하기로 연락이 되어 있었다.

 

이날 답사 출발지는 한반도습지 감시초소가 있는 지점으로서 행정구역으로는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다. 나는 평창강(서강) 일부 구간이 제천시에 걸쳐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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