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부타령의 노랫말 감상

2022.04.05 11:23:03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6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창부타령>이야말로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재미있고,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민요이나 잘 부르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 노래는 평조(平調)의 음조직인 Sol-La-do-re-mi의 5음 음계며, 흥겨운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부르나, 자유자재로 장단을 넘나들며 부르기도 한다는 점, 노래를 위한 반주 악기들로는 피리, 대금, 해금, 가야금, 장고 등이 주로 참여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창부타령>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감정을 맛보게 되는 노래이다. 창자(唱者)의 감정 표현이 전편에 녹아 흐르기 때문에 듣는 이들과의 공감대도 크고, 또한 넓기 때문이다. 특히 노랫말이 재미있다. 몇 번 들으면 곧 흥얼거리게 되고, 저절로 외워지는 노래다.

 

창자(唱者)에 따라서는 즉흥적으로 “디리리 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등의 입타령도 넣어 부르기도 하고, 장단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면서 노래를 불러 즉흥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창부타령>의 노랫말은 약 50 여종 이상이 소개되고 있지만, 이 노랫말들이 온전히 창부타령만을 위하여 지어진 것은 아니고, 판소리에 나오는 가사, 가곡이나 시조, 가사, 단가, 병창, 등 타 장르에 쓰이고 있는 가사들을 공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또는 분위기에 따라서는 즉석에서 즉흥적인 노랫말을 지어 부르기도 하는 재미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국가 무형문화재 산타령의 전승교육사인 이건자 명창이 산타령 보존회의 정기 발표회 무대나, 또는 개인 발표회, 또는 성북구에 소재 그의 국악전수원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노랫말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그 뜻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 쓰이고 있는 노랫말 중에는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한문 가사들도 상당수 들어 있다. 그러므로 그 내용도 함께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건자 명창이 즐겨 부르는 창부타령 <제1의 가사>는 ‘증경은 쌍쌍 녹담중이요’로 시작하는 노래다. 임을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내용으로 그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증경은 쌍쌍 녹담중이요. 호월은 단단 영창롱인데, 적막한 나유안에 촛불만 돋워 켜고, 인적적 야심한데, 귀뚜람 소리가 처량하다. 금로에 향진하고 옥루는 잔잔한데, 돋은 달이 지새도록 뉘게 잡히어 못 오시나. 임이야 나를 생각하는지, 나는 임 생각뿐이로다.

독수공방 홀로 누워 전전불매, 장탄수심, 남은 간장 다 썩는다.“

 

위의 노랫말 가운데 ‘증경(鶊)’은 물 위에 떠다니는 오리 종류, 또는 꾀꼬리 종류의 화목한 대상. ‘녹담(綠潭)’은 푸른 물 위이다. ‘호월(晧月)’은 밝은 달, ‘단단영창롱(映窓櫳)’은 둥굴게 창문에 비친다는 뜻, ‘나유(羅帷)’는 비단 장막이고, ‘금로(金爐)’는 금으로 장식된 향로. ‘옥루(玉漏)’는 옥으로 꾸민 시계다.

 

‘독수공방(獨宿空房)’이란 혼자 자는 빈방이고, ‘전전불매(輾轉不寐)’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태, ‘장탄수심(長歎愁心)’이란 길게 탄식하면서 걱정하는 마음을 뜻한다.

 

 

제2의 가사는 ‘진국명상 만장봉’으로 시작하는 노래다.

 

“진국명산 만장봉이 청천삭출 금부용이오. 서색은 반공 응상궐이요.

숙기는 종영, 출인걸하니 만만세지 금탕이라. 태평연월 좋은 시절,

전조사를 꿈꾸는 듯, 유유한 한강물은 말없이 흘러가고,

인왕으로 넘는 해는 나의 감회를 돋우는 듯”.

 

위 노랫말에서 ‘진국(鎭國)명산 만장봉(萬丈峰)’이란 나라를 진정시키는 수없이 많은 산봉우리를 뜻하는 말, ‘청천삭출(靑天削出)’은 푸른 하늘 위에 높이 솟아 있는, ‘금부용(金芙蓉)’은 황금빛의 연꽃. ‘서색(瑞色)’은 상서로운 빛으로, ‘응상궐(凝象闕)’은 대궐을 상징하여 어려 있다는 뜻, ‘숙기(淑氣) 종영(鐘英)’은 맑은 기운 모여서 하나가 된다는 뜻, ‘출인걸(出人傑)’은 뛰어난 인재가 나타난다는 의미. ‘만만세(萬萬歲)지 금탕(金湯)’은 오래도록 견고함을 뜻하는 말, 그리고 ‘전조사(前朝事)’는 전 왕조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뜻하는 말이다.

 

제3의 노래 가사는 ‘명년 3월 오시마더니’ 로 시작하는 노랫말이다.

 

“명년 3월 오시마더니, 명년이 한이 없고, 삼월도 무궁하다. 양류청 양류황은 청황 변색이 몇 번이며 옥창앵도 붉었으니, 화개 화락이 얼마 인고,

한단침 빌어다가 장주호접이 잠깐되어 몽중상봉 하쟀더니

장장춘 단단야에 전전반측 잠못 이뤄 몽불성을 어이하리.”

 

‘양류청(楊柳靑) 양류황(楊柳黃)’은 버드나무 잎새가 푸르고 누르게 변화하는 것. 곧 해가 바뀌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 ‘옥창앵도(玉窓櫻桃)’는 창밖 앵두, ‘화개화락(花開花落)’은 꽃이 피고 지는, ‘한단침(邯鄲枕)’은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한바탕 꿈이란 뜻. ‘장주호접(莊周胡蝶)’은 장자와 나비란 말, 곧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자신과 외물이 본디 하나이나 현실은 분화된 것을 이르는 말. ‘몽중상봉(夢中相逢)’은 꿈속의 만남. ‘장장춘 단단야(長長春短短夜)’는 길고 긴 봄날과 짧디짧은 밤, ‘몽불성(夢不成)’은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뜻.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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