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동대사에 수상한 액체가 뿌려졌다?

2022.04.15 12:02:56

[맛있는 일본이야기 64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사카, 교토, 나라 지방은 한국의 여행사에서 셋트로 묶어 3박 4일 정도도 판매하는 일본의 몇 안 되는 인기 관광 코스다. 지금의 수도야 동경(東京, 도쿄, 동쪽의 ‘京’ 곧 서울이라는 뜻)이지만 천 년 전 일본의 서울은 경도(京都, 교토, 794-1185)였다. 교토 이전에는 나라(奈良)가 서울이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이들 세 지역은 천년고도 지역으로 도쿄 보다는 역사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나라(奈良)라고 하면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동대사는 남도칠대사(南都七大寺)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천년고찰이다. 내친 김에 남도칠대사를 꼽는다면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 헤이조쿄(平城京)와 그 주변에 있는 7개의 대사찰을 말하는데, 동대사(東大寺, 奈良市雑司町)를 비롯하여 흥복사(興福寺, 奈良市登大路町), 서대사(西大寺, 奈良市西大寺芝町), 약사사(薬師寺, 奈良市西京町), 원흥사(元興寺, 奈良市芝新屋町), 대안사(大安寺, 奈良市大安寺), 법륭사(法隆寺, 生駒郡斑鳩町)를 일컫는다.

 

 

이 천년고찰에 수상한 액체가 뿌려졌다고 14일(목),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라현경(奈良県警)은 14일, 세계유산인 동대사 경내의 국보 대불전(大仏殿)에 액체 같은 것이 뿌려지는 피해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현경(県警)은 현재 액체의 성분을 분석함과 동시에 부근 방범 카메라의 영상을 조사하는 등, 이번 사건을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경찰서에 따르면, 액체같은 것이 뿌려져 있던 곳은 대불전의 남쪽의 2개소로, 모두 지복(地覆, 문이나 끝이 굽은 난간의 가장 아래 부분에 다는, 가로로 놓인 목재) 부분이었다. 액체가 뿌려진 범위는 1개소는 세로 약 60센티 가로 약 80센티 2개소 째는 세로 약 60센티 가로 약 70센티다고 한다.”

 

 

이상한 액체가 석유 등 휘발성 액체인지, 용의자는 누구이며 목적은 무엇인지 등등은 지금 조사 중이라니까 곧 밝혀질 것이다. 혹시 휘발성 물체였다면 자칫 큰일 날 뻔했다. 이러한 국보급 사찰 건물들은 모두 목재건물이기에 화재에 취약하다. 순식간에 국보가 날아갈 수도 있기에 당국이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고대 일본의 사찰과 승려에 관한 연구를 한 기자로서는 이번 ‘동대사 대불전 앞에 뿌려진 액체’ 기사를 접하다보니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절 동대사의 초대 주지를 맡았던 백제 출신 양변(良辨, 689-774)스님이다. 양변 스님이 백제 출신이라는 것은 가마쿠라 시대(1185-1333)에 간행된 일본 최초의 불교 통사(通史)인 『원형석서(元亨釋書)』에 기록되어 있다. 내용이 좀 길지만 원문과 함께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석 양변은 구다라씨(百濟氏)다. 오우미 시가 출신이다.(중략) 자훈은 심상과 함께 현수법사에게 친히 배웠던 인물이며 양변 또한 현수법사의 법손이다. 그러나 자훈과 심상은 크게 떨치지 못했고 양변에 이르러서야 창성할 수 있었다. 쇼무천황은 양변을 존경하고 숭앙하였다. 동대사의 거대한 노사나불은 양변의 권화(權化)에 의한 것이다. (양변)은 덴표 5년 (734)에 금종사(金鐘寺)를 건립하고 호지(寶字) 4년(760)에 승정이 되었다. (중략) 기린다. 법상종의 어떤 학인이 나(원형석서를 지은 고칸시렌 스님)에게 물었다. ‘’양변스님의 일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기이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저희 종파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기이하게 여기는 까닭은 편계소집성(偏計所執性)때문이고 의타기성(依他起性)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변 스님이 설 수 있었던 근거는 원성실성(圓性實性) 이 아니겠습니까? (참고: 유식법상종에는 세 가지 성질 곧 삼성(三性)이라는 교의가 있는데 편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이 있다. 편계소집성이란 모든 것을 실체라고 집착하는 성질을 말하며 의타기성이란 모든 것을 인연법으로 연결 짓는 성질을 말한다. 원성실성은 완전하게 진실한 성질로 제법의 진여를 말함). 내가 답했다. ‘그대의 의론에는 미진한데가 있다. 내가 양변 스님이 도달한 경지를 보니 입법계품(入法界品: 화엄경의 마지막 품(品)으로 선재동자가 남방으로 53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도를 구하여 법계의 이치를 증득한 것을 말함)이다.’<釋良辨姓百濟氏。近州志賀里人。(中略) 慈訓法師受華嚴奧旨也。訓共審祥親禀於賢首故弁爲賢首的孫也。訓祥不振。至辨大昌。聖武帝加天敬皇崇。東大寺像辯之權化也。天平五年建金鐘寺。寶字四年爲僧正。(中略)贊曰。相者謂余曰。辯師之事世皆以爲也。我宗不爾。何以故。世之所以異之者偏計偏執也。殊不知依他起也。又辨之所以立者豈非圓成乎。余曰。子之論未盡耳。我見辨之遭捉已是入法界品也。(『겐코샤쿠쇼(元亨釋書)』권제2, p.162)

 

『원형석서(元亨釋書)』를 지은 고칸시렌(虎関師錬, 1278 - 1346) 스님은 양변 스님의 경지를  '화엄계의 최고 경지'라고 했다. 천년고찰  동대사는 일본 화엄종의 총본산 절이다.  동대사가 나라를 대표하는 절일뿐 아니라 현대에는 세계 각국인들에게 최고의 관광코스(?)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이 절을 개산(開山:절을 처음으로 세움)한 사람이 고대 한국의 백제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사찰이 하드웨어라면 그 속에서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프트웨어다. 문화유산도 이 두 면을 살펴야 제대로 보는 것일 것이다. 

 

동대사는 1998년 12월에 고도나라문화재(古都奈良文化財)로 유네스코세계유산에 등록된 절이다. 부디 이번 ‘수상한 액체 투척 사건’의 범인을 하루 속히 밝히길 바란다. 아울러 동대사 등 소중한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길 빈다. 

 

*사진은 일본 위키사전 제공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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