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곡우”, 부부가 잠자리도 피하는 날

2022.04.20 11:41:4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봄의 마지막 절기로, 곡우(穀雨)다. 곡우란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말이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속담이 전한다.

 

옛날에는 곡우 무렵에 못자리할 준비로 볍씨를 담그는데 볍씨를 담은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었다. 밖에 나가 부정한 일을 당했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와서 불을 놓아 악귀를 몰아낸 다음에 집안에 들어오고, 들어와서도 볍씨를 볼 수 없게 하였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그랬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또 이날은 부부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데 땅의 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우 무렵엔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른다. 곡우물은 주로 산 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서 흘러내리는 수액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 속으로 곡우물을 마시러 가는 풍속이 있었다. 경칩의 고로쇠 물은 여자 물이라 해서 남자에게 좋고, 곡우물은 남자 물이어서 여자들에게 더 좋다고 한다. 자작나무 수액인 거자수는 특히 지리산 밑 구례 등지에서 많이 나며 그곳에서는 곡우 때 약수제까지 지냈다.

 

곡우에는 시절음식으로 봄나물과 찰밥을 먹는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가 지나 먹는 봄나물은 질기므로 마지막 봄을 느끼기 위해 이때 다양한 봄나물을 조리해 먹었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겨지라는 뜻으로 찰밥을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때 서해에서는 조기가 많이 잡힌다. 흑산도 가까운 바다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곡우 때면 북쪽인 충청도 격렬비열도쯤에 올라오는데 이때 잡는 조기를 '곡우살이'라 부른다. '곡우살이'는 아직 크지는 않았지만 연하고 제법 맛이 있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1940년 4월 20일 동아일보를 보면 “내일이 곡우이니 농가에는 씨나락을 당글 때이다. 누른 개나리와 붉은 진달래에 봄빛이 무르녹을 대로 무르녹았는데….”라고 곡우 즈음의 정경을 묘사했다. 곡우 무렵 농촌에서는 못자리할 볍씨 담그기와 농사준비로 바쁘지만, 도시 사람들도 곡우를 맞아 올 한 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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