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양반 자랑

2022.07.08 12:06:45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24]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얼씨구, 양반님들

   때깔 곱고 맵시 좋다

   북방에는 흑제양반, 남방에는 적제양반

   원양반 중앙을 돌며

   춤판을 호령한다

 

   나으리, 저 양반님들

   인물평이나 들려주소

 

어디 보자 발맘발맘 걸음새를 뜯어보자, 이 몸으로 말한다면 양반 중의 으뜸양반 원양반님이시고, 물색옷 입은 저 양반은 청보생원님이시다. 끄덕끄덕 저 양반은 수원 백서방과 남양 홍서방이 한 이불 덥고 만든 접으로 된 양반이시고, 빨아 논 김치가닥 같고 밑구녕에 빠진 촌충이 같은 저 도령은 이 몸이 평양감사 갔을 때 병풍 뒤에서 낮거리로 만든 도령이시다. 남방 북방 동방 서방 니 서방인지 내 서방인지 올 서방은 오고 갈 서방은 가고 주 서방은 죽고 서 서방은 선 채로 양반님들 떵떵 울리며 저자행차 하였으니,

 

   인사나

   탱탱 꼴아 올려라

   유명짜한 분들이시다.

 

 

 

 

<해설>

 

한바탕 양반춤 추고 나니 뭔가 쬐끔은 부족해 보여 이젠 인물평이나 들어보자. 저기 저 가운데 양반이 원양이면 북쪽을 서성이는 저 양반은 흑제양반, 남쪽을 거니는 저 양반은 적제양반이라던가.

 

둘째 수 중장 첫 문장 “어디 보자 발맘발맘 걸음새를 뜯어보자”에 나오는 ‘말밤말밤’이란 말은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인데, 여기선 요긴하게 들어맞는 시어인 듯하여 차용하였다. 그 뜻은 “한 발이나 한 걸음씩 길이나 거리를 재어 나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다.

 

저들끼리 양반자랑에 한창인데, 알고 보면 거의가 기방 동기 혹은 기방 동서지간이다. “수원 백서방과 남양 홍서방이 한 이불 덥고” 만든 양반이라면 누가 어디서 온 핏줄인 줄도 잘 모른다는 이야기이고, “빨아 논 김치가닥 같고 밑구녕에 빠진 촌충이 같은 저 도령은 이 몸이 평양감사 갔을 때 병풍 뒤에서 낮거리로 만든 도령”은 임금 엄명 받은 감사는커녕 일과시간에 낮거리 하다 얻어걸린 재수 없는 놈이라니....참, 그래놓고 양반이 어떻고 쌍놈이 어떻고....누가 누굴 어르고 달랜단 말인가.

 

그러니 시인은 나오는 대로 주억거린다. “남방 북방 동방 서방 네 서방인지, 내 서방인지 올 서방은 오고, 갈 서방은 가고 주 서방은 죽고, 서 서방은 선 채로” 노는 모양을 중장에 담았고. 사설의 게미*를 맞추기 위해서 종장에서 “인사나 / 탱탱 꼴아 올려라 / 유명짜한 분들이시다.”로 마무리를 지어 보았다.

 

* 게미 : 음식 고유의 제맛을 나타내는 남쪽지방 사투리

 

 

이달균 시인 moon15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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