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벗님들, 벚꽃 다시 보려거든 평창에 오게나

2022.07.21 11:22:00

평창강 걷기 끝나고 동강으로 이어지다
동강 따라 걷기 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3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16일

 

2021년에 평창강 220km를 14구간으로 나누어서 벗들과 함께 걸었다. 내가 평창에 살기 때문에 답사 준비를 맡았는데, 은근히 할 일이 많았다.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로가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사전 답사로 알아보는 일, 인원이 많아지면 차량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등등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사소하게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코로나 핑계를 대고 봉평 집에서 칩거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꾸 다른 답사 계획이 없느냐고 묻는다. 답사도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지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면 다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강 따라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강의 발원지는 조선 시대에는 오대산 상원사의 남서쪽 서대 수정암 옆에 있는 우통수라고 알려져 있었다. 우통수에서 발원하는 하천의 이름이 오대천이다. 오대천은 월정사 앞을 지나 남쪽으로 흘러서 진부읍을 통과하고 계속 남으로 흘러가서 영월군 북평면에서 골지천과 합류하면서 조양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조양강이 흘러가다가 지장천과 만나는데, 지장천과 합류하는 지점부터를 영월 사람들은 동강이라고 부른다. 동강(조양강)과 서강(평창강)이 영월읍 남쪽에서 만나 합류하면서 남한강으로 이름이 바뀐다.

 

 

답사기의 이름을 어떻게 붙일까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우통수부터 시작하여 남한강 합류점까지를 걷는데 거리로는 약 120km 정도가 된다. 우리가 따라가는 물길의 이름은 오대천->골지천->조양강(동강)으로 무려 4가지의 이름이 있다. 이들 4가지 가운데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동강일 것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영월에 동강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1997년에 발표하자 범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아름다운 동강을 살리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일어난 반대운동 덕분에 전 국민이 동강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2000년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동강댐 백지화를 발표함으로써 동강은 수몰되어 호수로 변할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므로 답사기의 이름을 ‘동강 따라 걷기’로 정하였다.

 

 

동강 따라 걷기 제1구간의 답사 계획을 한 달 전에 공지하였다. 뜻밖에 참가를 신청한 사람이 많았다. 서울사대 화학과 68학번 동문인 안승열님과 김종화님이 참가를 신청하였고, 은곡거사가 정선병원 간호부장으로 근무하는 부명숙 님을 초대하여 새로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홍종배 교수는 신병 치료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였다.

 

제1구간의 출발지는 우통수이지만 막상 나는 우통수에 가본 적이 없다. 우통수에 다녀온 평창군 문화해설사 몇 사람에게 들어보니 찻길에서부터 우통수까지 거리는 멀지 않으나 오르막이 매우 험하여 고생했다고 한다. 답사팀의 평균 나이가 70살이 넘기 때문에 평탄한 강길이 아니고 험난한 산길을 걷다가 중간에 낙오자가 생긴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나는 산길이 얼마나 험한지 직접 사전 답사를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답사 이틀 전인 5월 1일(일요일) 오후에, 평창군 방림면에 사는 은곡거사와 함께 상원사 주차장까지 내가 차를 운전하여 갔다. 저녁 4시에 주차장을 출발하여 우통수에 도착하기까지 70분이 걸렸다. 오대산(五臺山)에는 다섯 개의 대(臺, 암자)가 있는데 방향을 따라서 동대, 서대, 남대, 북대, 중대라고 부른다. 우통수는 서대 수정암 옆에 있었다. 우통수에 오르는 산길은 경사가 있기는 해도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다. 등산화와 등산지팡이만 있으면 무난히 다녀올 수 있는 산길이었다.

 

서대 수정암에는 자원스님이 홀로 암자를 지키며 수행을 하고 계신다는 말을 문화해설사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은곡거사가 수정암 앞으로 가서 세 번 부르자 스님이 나타났다. 표정이 아주 해맑은 스님이었다. 우리는 합장 인사를 했다. 스님은 예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사람이 찾지 않는 암자라서 수행처로서는 최고 조건이겠으나 사람이 그리운 환경이지 않을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암자에서 살려면 얼마나 심심할까?

 

 

 

스님은 오미자차를 내오셨다. 차를 마시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수정암의 해발고도는 1,200m나 된다고 한다. 우통수는 솟아나는 샘물이 아니고 고여 있는 물이었다.

 

 

 

사각형 모양의 나무로 만든 통으로 우통수 둘레를 보호하고 있었다. 가운데 손잡이를 열자 고인 물이 보였다. 1995년 평창군수가 세운 우통수 옆의 안내판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이곳은 한수(漢水)의 발원지로 물빛과 맛이 특이하고 물의 무게 또한 무거워 우통수라 불리며 속리산 삼파수와 충주 달천과 함께 조선 3대 명수로 전하여지고 있다. 오대신앙을 정착시킨 신라의 보천태자가 수정암에서 수도할 때 이 물을 매일 길어다가 문수보살에게 공양했다고 한다. 유래: 신증동국여지승람 삼국유사”

 

내가 스님에게 물었다.

“우통수의 물은 어떻게 오대천과 연결이 됩니까?”

스님이 대답하셨다.

“우통수의 물은 지하로 흐르다가 300미터쯤 아래에서 솟아 나와 하천을 이루어 흘러내리는데 상원교 아래에서 오대천과 합류합니다.”

우리는 스님에게 합장 인사를 하고 산에서 내려왔다.

 

답사날인 5월 3일 아침 10시 45분, 진부역에 10명이 모였다. 7명은 서울에서 KTX 기차를 타고 오고, 평창에서 2명, 정선에서 1명이 왔다. 두 대의 승용차에 5명씩 나누어 타고 이동하여 진부읍 농협하나로마트 앞에 있는 진부영양마을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보신탕(1,5000 원)과 염소탕(1,6000 원)이 있는데, 정서적인 이유로 보신탕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염소탕으로 대신할 수 있어서 무난했다. 붉세(안승열 회장의 명리학 식별자-ID)가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속담을 몸소 실천하여 점심값을 냈다. 돈은 이처럼 남을 위해 써야 할 것이다. 모두들 붉세에게 고맙다고 손뼉을 쳤다.

우리는 식당에서 점심을 마치고 상원사 주차장으로 이동하였다. 낮 12시 30분에 우통수를 향해 출발하였다. 상원사 주차장의 해발고도를 손말틀(휴대폰)의 고도계로 재어보니 880m나 된다. 서울에는 벚꽃에 이어 철쭉도 지고 신록이 우거졌다는데, 여기는 아직 철쭉이 피지 않았다. 숲을 가득 채운 나뭇가지에서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두세 살 아이라고나 할까? 싱싱하고 생동감 넘치는 연두색 새잎들이 곳곳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여기는 고도가 높아서 봄이 이제야 오는 중이다. 서울에 견주면 삼 주 정도 늦게 봄이 온다고 보면 된다.

 

서울에 사는 벗님네들

봄꽃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지 마시오.

봄을 다시 보려거든

꽃을 다시 보려거든

기차 타고 평창으로 오시라.

평창으로 와서 꽃도 보고 벗도 보시라.

 

서울에서 온 친구들은 평창에 와서 봄을 두 번 맛본다고 좋아한다. 날씨는 덥지 않고 아직은 바람에 찬기가 남아 있었다. 걸을 때는 덥지만, 앉아 있으면 서늘할 정도다. 상원사를 오른쪽에 두고 계속 찻길을 따라 걸었다.

 

상원사를 지나 작은 무명교(無名橋)를 건너 20m쯤 걸으면 왼쪽으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온다. 이 산길을 따라가면 우통수에 도달한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들꽃이 많이 피었다. 김종화 님은 한때 용인의 한택식물원에서 정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들꽃에 대해 많이 안다. 노란 꽃잎이 4조각으로 갈라진 피나물을 보더니 꽃은 예쁘지만, 독이 있으므로 먹을 수는 없는 식물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가양(최돈형 교수의 호)은 과학교과서 편찬 작업을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 들꽃과 나무 이름을 많이 안다. 가양은 피나물 줄기를 잘라 붉은색 즙을 나에게 보여준다. 즙이 피처럼 붉은색이어서 피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단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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