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에 대한 금기와 인식의 전환

2022.08.28 11:41:05

허기짐은 극복해야만 한다
[한방으로 알아보는 건강상식 154]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우리나라 음식 문화의 저변에는 가난하고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의 가치관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가장 가까운 예로 “식사하셨어요?”라며 밥을 먹었는지를 묻는 것이 서로의 인사이지 않았던가. 그리고 씁쓸한 음식 문화 가운데 하나가 “음식을 남기면 죄를 짓는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우리나라에서 아득한 옛날부터 내려오던 말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1. 내가 죄인이 될 것인가? 타인을 죄인으로 만들 것인가?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밥이 내 식탁에 도달하려면 볍씨에서 출발하여 20명의 수고를 거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20명의 수고와 시간 그리고 비용을 거쳐 내 앞에 도달한 밥을 먹기 싫다고 먹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게 된다. 이렇게 내가 밥을 남기면 20명의 노력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죄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여러 사람의 수고를 고맙게 생각하고 투정 부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겨레의 의식에 스며들어 있다. 필자도 한의대 다니기 전까지 이러한 정서적 바탕 속에서 먹는 것을 대하고 당연시했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를 달리 해석하게 되는 사건을 겪었다. 앞서서 말한 우리 민족정서를 인정하되 음식의 역할을 재인식하는 것에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곧 음식을 복용할 때 내가 먹은 음식이 20명의 수고를 거쳐 나에게 왔는데 이를 남기는 것이 죄스러워 억지로 먹어서 체하고 장염이 걸렸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나의 몸과 마음을 살찌우고 내 몸의 에너지가 되어야 하는데 음식을 먹고 병이 생겼다면 20명이 열심히 노력하여 마지막으로는 내 몸을 병들게 한 셈이 되므로 내가 20명을 죄인으로 만든 것이다.

 

스스로 죄인이 되어 건강을 얻을 것인가? 20명을 죄인으로 만들면서 병을 얻을 것인가의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한다.

 

 

2. 많이 먹는 것이 잘 먹는 것이다?

 

우리가 잘 먹어도 병이 된다는 것은, 비만이나 여러 성인병이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한 탓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알기에 쉽게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적당히 먹는다’라는 기준이 중요한데 이러한 기준이 활동성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기분에 따라, 나이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이 문제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만 보면 밥을 먹고 불편하지 않으면 되고, 비만 체형으로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으면 되는데 이는 결과론의 모습이고 먹는 순간의 기준은 되지 못한다. 달리 기준을 정하려면 기초대사량과 음식의 칼로리, 활동량, 운동량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 또한 너무 어렵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내 몸은 스스로 맞추어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내 몸에 맞추어 먹는다’라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확실한 수단이 오래 씹어 먹는 습관이다. 음식을 오래 씹어 먹다 보면 자연스레 내 몸의 소화능력에 따라 먹는 틀이 생기고, 내 몸의 필요량에 따라 먹는 습관이 생긴다. 그러므로 과식으로 인한 부담과 비만이 염려된다면 최대한 오래 씹어서 삼키는 습관을 먼저 들여 보자. 이때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이후 몸의 상태에 따라 먹는 양을 가감하면 적당히 먹는 기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 편식은 나쁜 식습관이다?

 

우리나라의 음식을 긍정적으로 관찰하면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잘 먹기만 하면 우리 몸을 저절로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음식이다. 그러나 몸에서 필요한 요구에 따라 먹거나 소화능력에 따라 먹다 보면 부족할 때도 생기고 불균형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나라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편식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이러한 편식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곧 편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가? 어떻게든 골고루 먹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이다. 궁극적으로는 골고루 먹는 것이 정석인 것은 맞지만 당장은 편식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한의학의 입장이다.

 

 

이는 편식의 상태와 관련이 있다. 편식은 크게 보면 3가지 모습이 있다. 하나는 좋아하는 것만 먹는 모습이다. 좋아하는 음식에 다양한 까닭이 있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불량식품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음식을 인정해주고 좋아하는 음식 범위 내에서 골고루 먹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다른 하나는 절대로 안 먹는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 모습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할 수 있으며 소화를 못 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음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패턴의 편식은 무조건 인정해주고 왜 거부하는지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다. 이것을 보고 ‘변덕을 부린다’라고 하는데 한 끼로 보자면 편식이지만 넓게 보면 편식이 아니기도 하다. 이럴 때 나쁜 식습관 같고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서 더욱 바른 식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변덕을 용인해 주어야 하는가? 바로 잡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결론은 이런 변덕을 인정해주는 것이 옳다.

 

이러한 변덕은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고 순간순간 필요성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요구되는 음식마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 몸의 소화액 분비 상태에 따라 쉽게 소화되는 것이 당기고, 소화가 어려운 것은 저절로 거부되기 때문이다.

 

 

4. 배고픔과 허기짐은 다른 것이다

 

아이들 식습관 가운데 어정쩡한 것이 수시로 먹는 모습이다. 잘 먹기는 하는데 때가 아닌데도 자주 먹기 때문에 잘 먹는다고 말해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잘 먹는 모습은 분명 아닌데 우리나라 정서상 이거건 저거건 안 먹는 모습보다는 나은 것 같고, 많이 먹으면 건강하고 잘 클 거라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게 된다.

 

너무 비만만 아니면 이를 용인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이렇게 수시로 먹으려는 것은 배가 고파서 먹는 경우가 있고, 허기져서 먹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배고픔과 허기짐의 구분이 어렵고 동시에 오는 예도 있어 혼란이 있기에 배고픔과 허기짐을 구분하고 왜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먹는 것의 원칙을 알아보도록 하자.

 

인간의 활동은 먹는 것을 소화 흡수해서 몸을 구성하고, 당과 산소를 소비해서 에너지를 만들어서 이루어진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세포에서 흡수된 에너지를 소비하면 혈관 핏줄 안의 영양분을 흡수해가고, 핏줄의 영양분이 소비되면 간에 축적된 영양을 끌어가고, 간의 축적된 영양분이 소비되면 장에서 소화된 영양분을 흡수해가고, 장이 비게 되면 입에서 영양을 공급받기 위하여 배고픔이 유발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 과정은 음식을 먹게 되면 위장이 열심히 운동하면서 위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다 녹이고 한편으로는 위와 대장의 반사작용을 통하여 대장의 횡행결장을 중심으로 대장의 운동성이 활발해지면서 횡행결장에서 발효되고 있던 내용물이 하행결장으로 전달하고 비워진 횡행결장으로 상행결장의 내용물이 유입된 다음 비워진 상행결장으로 소장의 내용물이 유입되어 소장을 비우는 준비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위장이 소화를 끝내면 위장이 소화된 음식물을 소장으로 보내는 과정과 더불어 소장에 비워진 공간에서 흡입해가는 과정을 통해 위장을 텅 비게 만든다.

 

이렇게 간의 흡수와 대장, 소장의 흡수를 통해 배고픔의 최종 단계는 위장이 텅 비워진 것을 기반으로 위장이 운동할 준비가 되어있고, 위액이 분비될 준비가 되어있을 때 배고픔이 명확해진다. 위장이 비워 있다 하여도 위장이 움직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위액을 분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위장에 음식물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발현될 때 ‘허기짐을 느낀다’라고 표현한다. 허기짐이란 위장을 중심으로 속이 비어있지 않는데도 먹고 싶은 욕구가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재 먹은 음식물로 몸에 부족한 영양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정서적인 불안을 메우려는 방편으로 먹는 것을 찾은 경우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장의 운동성이 급격히 떨어진 탓에 위장을 자극하기 위해서 먹고 싶은 욕구가 발현되어 허기짐이 발생한다.

 

식욕불안정의 유형으로 허기짐을 호소한다면 이때의 상황이 배고픔인지 허기짐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구분이 어른도 힘들지만 아이는 더 힘들고 설사 구분한다 하여도 실제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배고픔이란 몸과 소화기 장부에 기운이 있고 정상적인 상황이기에 공간이 생기고 소화능력이 있으면 배고픔을 유발하고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배고픔이 더 커지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적극적인 운동을 한다. 어떤 음식이든 먹고 싶고 음식을 먹으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감정이 든다. 이렇게 배가 고픈데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부족한 영양분을 취하기 위해 장의 내용물을 마저 흡수하고 간과 피하지방에 축적된 영양분을 공급받는 방향으로 대책이 이루어지면서 배고픔이 줄어들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가짜 배고픔인 허기진 상태는 식사한 지 2시간(위장의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는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시간)도 안 됐는데 배가 고프고 특정 음식이 먹고 싶거나 음식을 먹어도 충족된 느낌이 없어 계속 수시로 먹는 것을 찾게 된다. 이러한 허기짐이 다가올 때 먹지 않고 버티면 몸과 마음의 불안정이 드러나 기운이 빠지거나 의욕이 저하되고, 때로는 짜증이, 때로는 우울감의 감정 변화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실제로 배고픔은 견딜 수 있지만 허기짐은 못 견디는 상태가 발생한다. 그래도 허기질 때 수시로 먹다 보면 허기짐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내부적인 불균형이 완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떻게든 허기짐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허기짐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강력한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 이때 의지만으로 어려우면 한약의 도움을 받아서 이를 극복해야 한다. 한약을 복용하여 장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주면, 흡수의 균형이 이루어져 몸의 결핍이 줄어든다. 그리고 장의 운동성이 일정해지게 되어 불안해서 갑자기 먹으려는 경향이 완화된다.

 

허기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좀 더 자라면 나아지겠지 하고 방치하게 되면 영양분 흡수의 균형이 깨지면서 한편으로 과도한 영양분으로 비만 체형이 되거나 한편으로는 결핍으로 인해 성장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유용우 한의사 dolpha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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