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좌창 <제전(祭奠)>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독백(獨白)형식의 넋두리로 시작하던 노래였다는 이야기부터, 함종은 서도소리의 중시조 김관준(金官俊)이 태어난 곳이며, 그는 재담(才談)과 배뱅이굿을 정리해서 김종조(金宗朝), 최순경(崔順景), 이인수(李仁洙) 등에게 전해 주었고 용강지역은 <긴아리>의 발생지로도 유명한 곳이라는 이야기, <제전>은 푸념조에 이어 창(唱)이 이어졌던 노래였고, 상차림에는 여러 제수들이 올려졌는데, 술 종류도 다양해 <이백의 기경 포도주>, <낙화주(落花酒)> <송엽주(松葉酒>, <도연명의 국화주(菊花酒>, <천일주(千日酒> <감홍로(甘紅露> <홍소주> <청소주>, <약주(藥酒)술> 등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끝부분에 나오는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요”를 외치는 한 여인의 한 맺힌 절규가 특유의 가락을 타고 흐르면, 듣는 이들은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노래를 통해 ‘인생이란 참으로 덧없는 존재’라는 점을 또다시 깨닫게 해 주는 노래라고 이야기하였다.
분위기를 바꾸어 이번 주에는 “노자 에~ 노자, 젊어서 노잔다.”로 시작하는 서도의 유명한 <영변가(寧邊歌)>를 소개한다.
<영변가>라는 노래 제목에서 영변(寧邊)이란 말은 평안남도 남서부에 있는 군(郡)의 이름이다. 영변가는 앞에서 소개한 <제전>이나 <공명가>, 또는 <초한가>에 견줘 부르기가 까다롭지 않고, 박자도 빠르며 경쾌한 편이어서 비교적 널리 퍼져있는 노래의 하나이다.
또한 좌창의 공통적 특징인 통절(統節)이 아니라, 분절(分節) 형식으로 모두 5절이 전해오고 있는데, 1900년대 초창기의 <영변가>는 10절로 된 구조(舊調)가 있었고, 그 이후의 신조(新調)는 흔히 1~3절만 부르고 4, 5절은 곡조가 서고 다르며 장단은 세마치로 이어지는 흥겨운 노래다.
먼저 1~2절의 노랫말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1. 노자 에 ~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잔다.
나도(나이) 많아 병이나 들면은 못 놀리로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에 동대(東臺)로다,
부디 평안히 너 잘 있거라.
나도 명년 양춘은 가절(佳節)이로다, 또 다시 보자.
2, 오동의 복판이로다, 거문고로구나,
둥당실 슬기둥 소리가 저절로 난다.
달아 에 ~~ 달아 달아,
허공 중천에 둥당실 걸리신 달아,
님의 나 창전(窓前)이로구나, 비치신 달아. (이하 줄임.)
제명(題名)이나 가사 1절에 나오는 영변(寧邊)이란 곳은 1,909m의 묘향산(妙香山)을 주봉으로 하는 묘향산맥이 있는 경관이 좋은 지역으로 알려졌다. 특히 묘향산(妙香山)은 묘한 향기가 나는 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관이 수려해서 오래전부터 금강산이나, 지리산, 또는 한라산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신산(神山)의 하나로 꼽아 온 명산(名山)으로 알려져 있다. 산의 경치는 금강산(金剛山)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평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묘향산에는 절 또한 많아 보현사(普賢寺)와 같은 고찰도 있는 곳이다.
전해 들은 바로는 묘향산 줄기로 뻗어내려 <영변>이란 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약산(藥山) 위에는 동대(東臺)라는 누각(樓閣)이 있어 약산 동대는 이곳에 피는 진달래꽃과 함께 관서팔경(關西八景), 곧 평안도 8곳의 명승지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노랫말 첫머리에
“노자 에 ~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잔다.
나도(나이도) 많아 병이나 들면은 못 놀리로다.
영변(寧邊)의 약산(藥山)에 동대(東臺)로다,
부디 평안히 너 잘 있거라.”라는 노랫말이 서도의 독특한 창법으로 불리고 있다.
이 영변이라는 지역과 약산, 그리고 그 약산에 피는 꽃을 주제로 해서 일제강점기, 시인 김소월은 <진달래꽃>을 발표하며 민족의 한(恨)과 슬픔을 더 널리 알려왔다.
지금은 가 볼 수도 없는 곳이 되어버린 곳이지만, 경치가 아름답고, 전경이 좋은 곳을 골라 누각이나 대(臺)를 세우고, 관람객들의 발을 모았던 곳들을 꼽아서 관서지방은 8경으로 선정해 놓고 있다.
그 위치와 이름만을 간단하게 소개해 본다.
1. 강계- 인풍루(仁風樓) 2. 의주- 통군정(統軍亭)
3. 선천- 동림폭(東林瀑) 4. 안주- 백상루(百祥樓)
5. 평양- 연광정(練光亭) 6. 성천- 강선루(降仙樓)
7. 만포- 세검정(洗劍亭) 8. 영변- 약산동대(藥山東臺) 등등이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