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첫사랑을 만날까

2022.11.26 11:30:09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1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첫눈 오는 날’ 일부)

 

 

 

 

지난 11월 22일은 첫눈이 온다는 소설이었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이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 ‘소설(小雪)’을 맞아, 우리떡과 민속놀이 전통나눔으로 양산시민들과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산대학교 박물관은 ‘소설’을 맞아 낮 11시부터 우리떡을 나누고 민속놀이를 체험하는 '따뜻한 첫눈이 내리는 날, 소설(小雪)' 행사를 연 것이다. 행사장에서는 다양한 전통떡(4종) 시식과 박물관 소장 민속문화재를 딴 미니 에코백(4종) 꾸미기 체험, 민속놀이인 윷놀이ㆍ투호ㆍ활쏘기ㆍ제기차기ㆍ팽이치기 체험 등을 했다고 한다.

 

소설 무렵은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볕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때가 되면 날씨가 추워진다. 소설은 겨울이 시작되는 때로 서둘러 문에 문풍지도 바르고, 외양간에 거적치고, 땔나무도 해놓는다. 또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이불을 손보기도 한다.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두면서 미처 해놓지 못한 겨울날 준비에 바쁘다. 이때 감이 많이 나는 마을에서는 줄줄이 감을 깎아 매달아 곶감을 만드느라 처마 밑이 온통 붉은빛으로 출렁인다.

 

그런데 첫눈이 오는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 무렵에 어떤 이들은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믿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시인은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라고 노래했다. 물론 그런 기다림이 아니래도 첫눈이 오면 마음이 설레게 마련이다. 그러나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 사람이라면 더욱 마음이 설레고 말 것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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