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설악산 뱃사공
- 김상아
아무 말 못 했습니다
남들이야 하마 비선대부터
기암에 단풍에 탄성이 터져 나오지만
귀면암을 지나 천불동에 이르도록
좋단 소리 한마디 안 했습니다
이제 슬슬 고뱅이에 기름 빠질 때도 되었건만
힘으로야 이 젊은 아내가 나을 수도 있으련만
스틱은 내게 주고
물이며 도시락이며 과일이며
한 짐 짊어지고 앞서 오르는 당신
작대기 삿대로 바윗길을 저어나가는,
내게 한 치의 소홀함도 없는 당신의 뒷모습에
나 헤피 웃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이들은 가을 절경을 본다지만
나는 영원으로 함께 건너갈
사공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