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9년 8월 3일 새벽 정조는 효종능과 세종의 영릉을 찾으려 창덕궁을 나섰습니다.
어렵사리 강을 건넜을 때 길가에 빼곡히 늘어선 백성을 보고 정조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내가 이제 배를 타고 이 백성에게
왔으니 더욱 절실히 조심하겠다.” 이 말은 숙종의 ‘주수도(舟水圖)’를 생각해서 한 말입니다. 곧 1675년 숙종이 “임금은 배와 같고 신하는 물과 같다. 물이 고요한 연후에 배가 안정되고, 신하가 어진 이후에 임금이 편안하다”며 물과 배 그림을 그리게 했던 일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숙종은 물을 신하로 비유해 ‘보필의 논리’를 이야기했지만, 정조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을 수도 있다.”라고 하여 임금은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조와 숙종 두 임금은 똑같은 물을 놓고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했지요.
참고 : 정조가 세종을 만났을 때, 박현모(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