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인간은 35억 년 전 발생한 생명체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인간의 출생은 출생자의 의지와 무관한 우연의 에너지가 총체적으로 집적된 특별한 사건이다. 국적이나 가문, 부모의 인성이나 능력, 건강, 체질, 빈부 그리고 출생자의 성별, 신체의 강약, 유전병, 재능, 인성 등은 출생자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출생자의 인생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명리학은 이들의 에너지가 인간 운명의 본질이며, 인생사에 있어 많은 길흉화복의 근원이라고 관념하였다.
이 관념에 따라 “운명은 출생시 천기(天氣- 하늘의 에너지)에 의해 출생자 인생의 길흉화복으로 예정되며, 이렇게 예정된 에너지를 사주 간지로 확인하여 감정하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정의(定義)하였다. 이 정의는 명리학의 중요한 공리(증명이 필요 없는 자명한 사실이나 진리로 다른 명제의 전제가 되는 원리)가 되었다.
운명은 출생 전에 주어진 것이고 살면서 겪게 되는 길흉화복은 출생 후에 일어나는 일이니 운명이 길흉화복으로 예정되는 시점은 출생 시점일 것이다. 또한 인간을 별의 먼지와 그 에너지로 만들어진 소우주라 하였으니 이러한 예정이 천기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관념은 논리상 무리가 없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기 어려운 일들을 경험하며 초인적, 초자연적인 힘이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힘을 신의 뜻 또는 운명이라 여겨왔다. 운명은 분명 길(吉)한 사건도 유인 하지만 생사와 같이 존재의 근간을 흔드는 흉화(凶禍)의 사건에 더 작용해서 우리의 삶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흔히 운명을 조건 없이 수용해 왔지만, 차츰 여하한 수단으로 이를 저지 또는 선도(善導)하려는 시도가 빈번해지며 인간은 그런 의지적 시도에 과학 기술의 진보를 더하여 점점 더 많은 운명을 극복하게 되었다.
명리학이 운명을 탐구하는 목적은 운명의 극복에 있다. 타고난 열등한 조건을 극복하고 빛나는 업적을 남긴 위인들을 보거나 원시에서 현세로 이어진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보면 운명이 초래한 흉화의 사건을 극복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오늘날의 인류 문명은 극복의 기준을 계속 밀어 올리며 이루어낸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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