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과 김남수, 수궁가를 완창하다

2024.06.04 11:52:21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8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남수 명인이 논산을 국악문화의 자랑스러운 도시로 알리기 위해 판소리와 고법 연구, 그리고 <황산벌 전국국악경연대회>를 16회째 이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대회는 학생들로부터 7~80대 노인들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어 그 열기가 뜨겁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는데, 특히 성악 분야는 사설을 정확하게 암기해야 하고, 음정이나 박자 등 음악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잘 지켜나가야 하는 그래서 특히 노년층에게는 정신 건강에 필수 요인이란 이야기도 하였다.

 

지난 12월 말 <논산문화원 향기마루>에서는 김남수의 13번째 고법 발표회가 열렸는데, 그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특히 이 발표회에는 젊은 소리꾼, 박현영 명창이 초대되어 노련한 김남수와 <수궁가> 한 바탕을 완창하는 무대였다. 그래서일까? 논산 시민은 물론이고 인근의 여러 지역에서 많은 청중들이 모여 들었다. 박현영의 막힘이 없는 소리와 김남수 고수와의 호흡이나 강약의 조화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초대된 젊은 소리꾼, 박현영은 보기 드문 목을 타고 난 소리꾼이며 그 위에, 열심히 노력하는, 그래서 국내 으뜸 권위를 자랑하는 ‘전주 대사습’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경력을 지니고 있는 소리꾼이다.

 

 

그들이 발표한 판소리, 수궁가(水宮歌)는 어떤 소리인가? 그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줄거리 위주로 소개해 보도록 한다. 수궁가는 제목 그대로 바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마치 인간사에 비유하여 재미있게 묘사하고 펼쳐 나간 소리극이다.

 

판소리 수궁가의 이해를 위해 그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기로 한다.

 

- 남해 수궁(水宮)의 용왕이 병이 깊어져 간다. 토끼의 간이 약이 된다는 말을 듣게 된 수궁의 충신, 자라가 죽음을 무릅쓰고 세상 밖으로 나가 어렵게 토끼를 꾀어내 용궁으로 데려온다. 잡혀 온 토끼를 보고 용왕이 명을 내린다.

 

“어, 그 놈 뱃속에 간 많이 들었것다. 여봐라, 토끼 배 따고, 어서 간 내어 소금 찍어 올려라”라고 명(命)을 내린다. 그러면서 토끼에게는 “타국 짐승이니만큼 죽는 거, 한을 말고 헐 말이 있걸랑은 말이나 허고 죽으라.”라고 권한다.

 

꼼짝없이 죽게 된 토끼, 꾀를 내어, ‘내 배 따 보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궤변(詭辯)과 함께 막힘없는 달변(達辯)으로 용왕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그 주장인즉 ”토끼의 간인 즉 월별로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면 간을 들이 낸다는 주장, 세상 병객들이 토끼를 보면 간을 달라고 보채기로 간을 내여 파촛잎에다 꼭꼭 짜서 칡노로 칭칭 동여 영주 석상 계수나무 늘어진 상상개비 끝에 달아매 놓고, 도화유수 옥계변에 탁족하러 내려 왔다가 우연히 주부를 만나 수궁 흥미가 좋다고 허기로.(아래 줄임)

 

이렇게 간을 두고 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 배에는 지금 간이 들어있지 않으니 배를 따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토끼의 간이 꼭 필요한 용왕으로서는 간을 두고 왔다는 토끼의 말을 반신반의 하면서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드디어 토끼를 풀어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술 대접을 한다. 토끼는 술대접을 받으면서도 토끼의 간이 명약임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강태공은 고기 낚으러 나왔다가 우리 선조 간 씻을 적에, 낚시대 내버리고 찼던 표자를 선뜻 끌러서 그 물 조금 떠 마시고 일백육십세를 살으시고, 우리 부친께서 요산요수를 하올 적, 물에 빠져 죽게 될 적에, 동방삭이가 건져주어 그 은혜 갚노라고 간 쪼끔 주었더니 삼천 갑자를 살았으니, 대왕의 성득으로 영주 석상 달아놓은 간, 보채 들어다 자셨으면 백발이 환혹(검어지고) 낙치부생(빠진이가 다시나고), 활골탈태(전혀 딴 사람이 됨) 연년익수(더욱더 오래살며), 만병회춘을 허오리다."

 

토끼는 그럴듯하게 두고 온 간이 효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용궁으로부터 다시 바깥세상으로 살아 나간다는 이야기가 핵심적 내용이다.

 

 

수궁가를 달리,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또는 <토별가> 등으로 부르기도 하나, 수궁가가 대표적인 곡명으로 쓰이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이 수궁가 이야기는 인도의 옛 불교 경전에 나오는 ‘원숭이와 악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 중국의 옛 불교 경전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보이는 자라와 잔나비 이야기를 거쳐서 조선왕조 때에 와서는 자라와 토끼 이야기로 바꿔서 판소리로 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날, 초대되어 수궁가를 완창해 준 소리꾼 박현영은 우선 그 사설치레가 막힘이 없었고, 목구성도 상하 청이 안정적이어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였으며 장단과의 호흡도 비교적 무난하여 객석으로부터 추임새와 열띤 호응속에 소리를 이어갔다. 판소리를 전공하게 된 배경을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는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전주에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도립국악원>에서 취미로 북을 배우신 아버지를 통해 판소리를 접하게 되었으며 전주 난장에서 각설이 공연자들과 함께 노래와 춤을 선보였는데, 제가 노는 모습을 보신 아버지가 저에게 판소리를 권해 주셨습니다.”

 

판소리와의 인연이 의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알게 한다. (다음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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