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또다시 가뭄 걱정이다.
개울이 마르고 마당가 도랑물도 말라간다.
물이 마르니 땅이 마르고, 땅이 마르니 작물도 마르고
작물이 마르니 마음마저 말라간다.
그나마 며칠 전 내린 단비 덕분에 작물들이 푸르름을 되찾는 듯했으나
그것도 이삼일 뿐, 다들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다.
요즘은 날씨 검색으로 하루를 열고, 잠들 때도 한 번 더 확인한 뒤 하루를 닫는다.
우리 고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가뭄 때문에 속을 썩였던 것 같다.
보이저 우주선이 태양권계면*을 벗어나 성간우주로 나가고, 제임스 웹 망원경이 백몇십억 광년 떨어진 곳의 별들도 들여다보는 세상에 아직도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게 좀 의아하기도 하다.
문득 초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미래에는
1. 꿈을 찍는 영화
2. 냄새가 전달되는 사진과 영화
3.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전화기
4. 필요에 따라 비를 오게도 하고 그치게도 하는 기술
이 개발될 것이라는 말씀 말이다.
이 네 가지 신기술 가운데 1과 2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지, 않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감감무소식이고, 3은 실용화하여 우리가 혜택을 아주 잘 누리고 있는 분야다. 나머지 4가 농군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인공강우’ 분야인데,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면 못할 것도 아닐 것 같은데 현실이 그렇다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은 50여 년 전에 기우제 역할을 한 노래라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앨버트 하몬드의 <남가주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를 골라본다.
서쪽으로 가는 747비행기 표를 끊었지
무얼 할 건가, 결정도 하지 못한 채
기회, TV광고, 영화
허상일까? 정말 그럴까?
남가주에는 비가 절대로 오지 않는다며?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아
아예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심해 쏟아부을지도 몰라
난 일을 집어치웠지, 정신도 나가고
자존심도 팽개치고 먹거리도 떨어지고
사랑도 음식도 궁핍하기만 했지
집 생각만 간절해
남가주에는 절대 비가 오지 않는다며?
하지만 조심해 쏟아부을지도 몰라
아주 엄청나게
사람들에게 말 좀 해줘요
이제 성공했으니, 집으로 간다고
나에게 제안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요
누굴 선택할까?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알고 쫓아 오네요
날 좀 쉬게 해줘요
내버려 둬요
(Albert Hammond <It never rains in Southern California> 가사 전문)
이 노래에서 비는 출세를 의미한다.
노래를 만들고 부른 앨버트 하몬드는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으나 아버지는 그가 음악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가출을 선택했고,
무명가수로 떠돌다 1972년 스페인에서 이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미국 LA에 가서 이 노래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주머니는 텅 비어있었다.
항공료를 마련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공항에서 구걸해야 했다.
구걸행각을 하면서 어느 청년 앞에 다가갔는데
하필이면 그 청년이 애인과 함께 여행 온 사촌이었다.
아버지에게 이른다고 펄펄 뛰는 사촌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빈 끝에
항공료와 여비를 얻어 서쪽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LA에서 이 노래를 발표하자 정말로 주술처럼 비가 쏟아졌고,
그는 온몸으로 폭우(출세)를 맞는다.
노랫말과 현실이 거짓말처럼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번 주말에 우리 고장 일기예보에 약한 비가 잡혀있기는 하다.
하지만 비랄 것도 없는 모두 3mm 정도라니 실망스럽긴 하지만,
이 노래처럼 장대비가 쏟아지기를 고대해 본다.
*태양권계면(Heliopause) - 천문학에서 별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우주 공간에 분포된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물질이 태양풍 멈추게 하는 경계면. 태양권계면의 거리는 태양으로부터 121AU(1AU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