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아 우라“를 판소리로 풀어낸 임진택 명창

  • 등록 2024.12.23 12: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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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시민센터, 임진택 창작판소리 50돌 기림 <안중근> 창작판소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대한국 강탈의 원흉, 동양 평화의 교란자

철천지 원수 이등 놈을 내 손으로 처단한다."

품속에서 부라우닝 권총을 뽑아들고 우루루루루 달려나가

이등의 우측 가슴을 향해 정면으로 발사한다.

탕탕탕--

거들먹대던 이등이 놀란 눈으로

주춤하며 비틀거리다 짐승처럼 거꾸러질제

(가운데 줄임)

안중근 거동 봐라, 벌떡 일어나며

하늘에 대고 외친다.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

 

무대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피를 토하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어제 12월 22일 저녁 4시,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임진택 창작판소리 50돌 기림 송년 마무리 공연 “창작판소리 <안중근>, 제국 일본의 심장을 쏘다!” 공연이 펼쳐졌다. 창작판소리 <안중근>은 만고의 영웅 대한국인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엮은 작품으로 명창이자 작가인 임진택이 안중근 의사의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역사》를 바탕으로 사설을 집필하고 소리를 붙여 작창한 작품이었다.

 

 

 

작금의 급박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로 볼때 안중근이 과거의 인물로만 박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따라서 이를 뛰어넘는 창조적 예술정신이 요구된다고 임진택 명창은 말한다.

 

그는 강조한다. “안중근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안중근의 부활과 ‘안중근 판소리’의 부활은 시대적 소명이다. 창궐하는 일본 군국주의와 열강의 야합에 맞서 싸우는 안중근이라는 대한국인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의사(義士)로 부활시키는 작업을 개시해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유언대로 그가 바라는 진정한 독립, 하나의 조국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소리 <안중근>을 창작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이다.

 

안중근 창작판소리는 안중근의 젊었을 적 불과 7명 병력으로 2만 도당을 물리쳤다는 다소 황당하게 생각되는 이야기와 천주교와의 만남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 일본군 몇 명을 포로로 잡았는데 부하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풀어주었다가 석방된 왜놈들의 밀고로 독립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쳐들어온 일본군 정예부대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해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작창해 안중근 의사를 단순히 영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도 그대로 표현하는 솔직함도 담아냈다.

 

“안중근 죽는 날까지 노심초사한 일이

민족의 독립이요 동양의 평화로다

그가 남긴 미완의 저서는 오늘 우리 현실의 예언이라.

여순 지역 중립화는 한반도중립화 담론이며, 한중일 3국평화회의는 한반도 6자 회담이라.

3국 공동 군대론은 동북아 집단 안보 체제요,

공동은행 화폐 추진은 동북아 경제 공동체인즉

유럽연합 EU보다 80년이나 앞섰더라.

무엇보다 놀라운 발상은 유엔(UN) 같은 국제기구를

그때 벌써 예견한 것.”

 

임진택은 공연의 마지막을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으로 마무리한다. 유럽연합 EU보다 80년이나 앞선 안중근 의사의 예지력에 우린 놀랄 수밖에 없다.

 

 

 

임진택은 그동안 5바탕을 위주로 전승해 온 기존의 명창들과는 달리 창작판소리의 발전을 위해 50년을 바쳐온 명창으로 상대적으로 맑은소리의 ‘천구성’이 아닌 쉰 목소리의 ‘수리성’의 절정이란 느낌이 든다. 더더욱 안중근 의사의 조국 독립의 염원을 포효하는 맛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는 청중의 평가를 받는다.

 

공연 시작 전 임진택은 ‘잘헌다. 아먼, 그렇지, 어이’ 등의 추임새를 연습시키고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판소리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청중들은 추임새 대신 끊임없는 손뼉으로 화답했고, 공연이 끝났을 때는 기립박수를 쳐 그의 피를 토하는 소리에 응원을 보냈다.

 

그동안 판소리 5바탕 완창 공연은 쉽지 않지만,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작창해 낸 장장 90분 동안의 창작판소리 완창, 그 누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수리성인 임진택 명창의 목소리는 더욱 쉬어 있었다. 안중근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한 결과물일 것이다. 또 그는 사설도 사설이려니와 청중의 귀에 쏙쏙 들어가도록 구성진 아니리를 풀어내고 있어서 창작판소리 명창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북도립국악원 유영대 관장은 “그동안 임진택 선생의 창작판소리는 역사ㆍ사회적으로 깨어있는 시민 청중들에게서 폭발적 인기를 누려왔다. 선생의 예술에 전폭적인 지지와 갈채를 보낸 청중은 보수적인 옛 판소리 애호층과는 다른 층위의 청중이었다. 임진택 선생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살아있는 언어와 음악어법으로 이루어진 우리시대의 작품이며, 광대 임진택은 지금 어느 곳에서나 그가 나선 시공간을 살아있는 '판' 그 자체로 바꾼다. 임진택 선생 스스로 갈파했던 판소리 미학, '이야기적 성격' '약동하는 판' '득음의 경지'를 향해가는 노익장의 정진! 이 봉우리로 올라가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누구도 상상하거나 도달하지 못했던 창작판소리의 세계, '임진택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공연을 본 아현동에서 온 나기석(63) 씨는 “우리는 그동안 오월 광주항쟁을 보았고, 전통 판소리 양식으로 직접 사설을 쓰고 소리를 작창해 만든 임진택 명창의 ‘소리내력’, ’오월광주’, ‘백범 김구’를 들은 적이 있다. 임진택 명창은 이에 더 나아가서 ‘안중근 의사’도 창작판소리 대열에 올리고 오늘 완창 공연을 했는데 내겐 그저 감동이었다. 목이 쉰 임진택 명창을 보고 그의 엄청난 노력을 떠올리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엄청난 일이 있었던 2024년을 마무리하는 섣달 겨울밤, 우리는 이 “<안중근>, 제국 일본의 심장을 쏘다!” 공연으로 더욱 힘을 내보고 있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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