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찬물 끼얹는 등목에
대서(大暑)가 별거드냐
어어 시원타. 아이고 시원하다
에어컨 냉방기는 멀리멀리 가드라고
보리밥 한 그릇, 된장에 풋고추 찍어
오이냉채 한 사발로
얼른 뚝딱 해치우니
천하의 일미가 따로 없구려
위는 양태문 시인의 <여름> 시의 일부입니다. 오늘까지 온 나라엔 물폭탄이 내리듯 물난리가 나서 많은 국민은 큰 재산 보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잠시 더위가 주춤하지만,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열두째인 대서(大署)며, 일주일 뒤인 7월 30일은 중복(中伏)으로,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더위가 가장 심한 때입니다.
이렇게 '된더위' 속의 조선시대 사람들이 더위를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모시적삼 밑에 “등등거리”를 받쳐 입기도 했습니다. 등등거리는 소매가 없어 “등배자(藤褙子)”라고도 부르는데 등나무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얼기설기 배자 모양으로 엮어 만든 것입니다. 등등거리를 입으면 땀이 흘러도 옷이 살갗에 직접 닿지 않아 적삼에 배지 않고, 등등거리가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 공기가 통하여 시원합니다.

또 여기 양태문 시인은 그의 <여름>이란 시에서 찬물로 등목하고, 보리밥 한 그릇, 된장에 풋고추 찍어 오이냉채 한 사발로 얼른 뚝딱 해치운 다음 죽부인 옆에 두고 코를 고니 세상 행복이 여기 있다고 합니다. 행복이야 내 맘속에 있는 것이니 찬바람틀 바람을 잘못 쐐 건강을 잃는 것보다는 죽부인과 돗자리가 작지만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으면 좋을 일일 것입니다. 또한 추사 김정희는 한여름 북한산에 올라 진흥왕순수비를 탁본하는 것으로 된더위를 이겼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