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날도 더운데 일본에서는 얼마전 유명한 만화가의 예언이라면서 '7월 5일 대지진설' 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일본 국내는 물론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 야단법석이던 7월 5일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대지진설’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인 듯 인터넷에는 별의별 걱정스런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학생 아들의 일본여행이 걱정된다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학부형의 글 가운데는 “대학생 아들이 7월 18일, 친구들과 일본 도쿄 여행을 계획하여 비행기표랑 숙소를 잡아두었는데 보내도 될까요? 몹시 불안하네요.” 와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소동이 빚어졌던 7월 5일이 지났건만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론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설을 퍼뜨린 이는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竜樹 諒, 70) 라는 인물로 그는 1999년 펴낸 《私が見た未来(내가 본 미래)》에서 '2025년 7월 5일 대재앙이 온다'고 예언한 것이 확산되어 일본 여행 취소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온라인상에서는 '7월 5일 새벽 4시 18분'을 기준으로 한 카운트다운 영상이 확산되었으며, 일본 현지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생수, 비상식량, 휴대용 배터리 등 방재용품이 품절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7월 5일은 아무일도 없이 지나갔다.

일본 국내 판매량 100만부(전자판 포함)를 돌파한 《私が見た未来(내가 본 미래)》를 본 독자들은 만화가 타츠키 료의 예언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남부 지역에선 지진이 급증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일본 NHK에 따르면 도카라 열도(トカラ列島) 인근에서 지난달(6월) 21일부터 진도 1 이상 지진이 1,151회 발생했다(7월 3일 현재)는 뉴스를 내보냈다. 특히 3일 저녁 4시 13분께는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해 벽타일이나 창 유리가 파손될 수 있는 수준인 진도 6약의 강한 흔들림이 감지되었으며 도카라 열도에서 이처럼 강한 진동이 관측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러한 일본 지진 뉴스에 놀라 나는 몇몇 일본에 사는 지인들에게 ‘일본열도의 7월 대지진설’에 대한 반응을 물었다. 사는 곳은 교토, 오사카, 도쿄의 지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대지진설’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고 있었다. 놀란 사람은 이쪽이다. 아마도 내 지인들의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이라 민감하게 유튜브나 SNS를 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소동(?)이 일다가 지나간 듯하지만 실은 역사적으로 일본에서는 큰 지진이 여러 번 있었다. 가장 가까운 것이 1995년 1월 17일, 고베 대지진(일명 한신 아와지 대지진‘阪神・淡路大震災’)이다. 그 이전은 1923년 9월 도쿄를 휩쓴 간토대지진(関東大地震)이 있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면 1703년 12월 31일에 일어난 겐로쿠지진(元禄地震)도 대형지진이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중세문학작품의 최고봉이라는 《호죠키(方丈記)》(1212년)에도 지진 등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호죠키(方丈記)》는 50살의 나이에 출가한 가모노쵸메이(鴨長明, 1155-1216)의 명작으로 여기에는 그가 겪은 지진과 기근, 전염병, 대형화재,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 이야기가 나온다. 마치 1,000년 전의 이야기가 바로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
“첫해는 이런 식으로 그럭저럭 지나가고 이듬해는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는커녕 기근에다가 전염병까지 번져 더욱 비참해지고 결국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굶주려 지쳐서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절박한 상황에 빠지니 비유하자면 《왕생요집》에 적혀 있는 ‘메말라 가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물고기’라는 표현과 같은 것이다. (가운데 줄임) 시체 썩는 냄새가 교토 시내에 가득하였고 썩어가는 주검의 모습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었다. 교토 시내가 이런 지경인데다가 가모가와 주변 들판에는 온통 시체가 뒹굴고 있어 수레가 지나갈 틈도 없을 정도였다.”
실제로 가모노 쵸메이는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당시 수도인 교토를 덮친 1185년 8월 6일 일어난 분지지진(文治地震)을 비롯하여 기근, 대화재, 전염병 등을 직접 겪은 체험을 《호죠키(方丈記)》에 남겼다. 《호죠키(方丈記)》가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면, 7월 대지진설을 다룬 만화가 타츠키 료(竜樹 諒)의 《私が見た未来(내가 본 미래)》는 상상력에 기초한 것이다.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태고적부터 지진과 화산활동이 왕성한 일본이라는 토양에서 성장한 배경이 작가에게 끼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든다. 어쨌든 ‘7월 대지진설’이 지났으니 다음은 또 몇년몇월이 지정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