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아침은 하늘이 많이 낮습니다. 구름으로 덮힌 하늘에서 곧 비가 떨어질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위도 한결 누그러져 일터까지 오는 동안 땀을 흘리지 않아 좋았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해뜩'입니다. 어제 알려드린 '해득해득'의 '해득'과 이어지는 말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신지요? 하지만 '해득해득'할 때 '해득'하고는 아주 다른 뜻을 가진 말이랍니다. 닿소리 하나를 더했을 뿐인데 어쩜 이렇게 뜻이 달라질까 싶기도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이 두 가지 뜻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갑자기 몸을 뒤로 잦히며 자빠지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얼음, 물, 또는 뭔가 미끄러운 것을 밟아 뒤로 자빠질 때 쓸 수 있습니다. 보기를 들면 "바닥에 있던 물을 밟아 미끄러지며 해뜩 자빠졌습니다."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을 돌리며 살짝 돌아보는 모양'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앞서 가던 사람이 얼굴을 돌려 돌아볼 때 쓸 수 있습니다. "앞서가던 동무가 해뜩 돌아서더니 얼른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처럼 쓸 수 있겠습니다.
이 말보다 큰 말이 '희뜩'인데 아마 입말로 '희뜩'을 더 많이 쓰지 않나 싶습니다. "희뜩 자빠졌다."는 말을 더러 듣거나 보신 분들은 저와 같은 느낌이 드실 거라 믿습니다. '희뜩'보다 작은 말이 '해뜩'이라고 갈무리해 두시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다른 빛깔 속에 하얀 빛깔이 섞여 얼비치는 모양'을 나타낼 때도 쓸 수 있습니다. 검은 구름 속에 하얀 구름이 섞여 얼비칠 때, '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섞여 있을 때, 물감을 섞을 때 떠올려 쓸 만한 말입니다. '하얀 빛깔이 얼비치는 모양', '뒤로 자빠지는 모양', '살짝 돌아보는 모양'에서 '갑자기', '살짝'이라는 느낌이 같이 들기 때문에 이렇게 쓰지 않나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주 짧은 때새(시간)이고 눈깜짝할 새라고 할 만한데 그 새를 붙들어 나타내는 말을 만들어 쓰시고 우리에게 물려 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슬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갑자기 자빠질 때, 살짝 돌아볼 때, 하얀 빛깔이 얼비칠 때 '해뜩'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해뜩'이 들어가 있는 말로 자꾸 자빠지는 모양 또는 살짝살짝 돌아보는 모양을 나타내는 '해뜩해뜩'도 있고, '자꾸 자빠지다', '자꾸 돌아보다'는 뜻인 '해뜩거리다', '해뜩대다'도 있으니 알맞게 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