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환상적 탁족
- 복효근
한여름 염천을 피해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 발을 담갔다
물에 잠긴 발을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쯤으로 보셨을까
이동순 시인께서 '환상적 탁족'이라 댓글을 달았다
기쁨의 상한선을 탁족에 두셨다니
시인이 누릴 수 있는 환상이 거기까지라는 듯
거기를 벗어나면 환상이 아닐 수 있다는
갓끈을 씻거나 발을 씻거나
그 어름까지가 시인이라는 뜻이었을까

지난 7월 7일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한다는 소서(小暑)였으며, 오는 7월 20일은 초복(初伏), 7월 30일 중복이 다가온다. 삼복 때는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로 이를 '삼복더위'라 하는데 찬바람틀(에어컨)도 없고,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도 없는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가마솥더위를 견뎠을까?
우선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였다. 또한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하고 복날에 고기 따위로 국을 끓여 먹는 복달임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 내기도 하였다. 한편, 여인들은 계곡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하면 풍이 없어지고 부스럼이 낫는다고 생각한 ‘물맞이’를 즐겼다. 그런가 하면 선비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겼다.
여기 복효근은 < 환상적 탁족>이란 시에서 지리산 뱀사골 계곡에 발을 담그고 이를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한 시인이 '환상적 탁족'이라고 했다나. “기쁨의 상한선을 탁족에 두셨다니 / 시인이 누릴 수 있는 환상이 거기까지라는 듯” 예전 선비는 탁족을 하면서 시를 읊조렸다는데 복효근은 시인은 갓끈을 씻지 않아도 뱀사골 계곡에 발을 담근 그 자체만으로 ‘탁족’를 하고 있음이 아니던가?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