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이사 온 화성군 봉담면 수기리는 작은 농촌 마을이다. 마을 앞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상당히 큰 저수지가 있다. 마을과 호수 사이는 모두 논이고, 마을 옆으로 작은 개울이 흐른다. 마을 가운데에는 젖소 목장도 있고, 마을 안쪽 야산 아래에는 작은 절이 있다. 마을 앞을 지나는 작은 도로는 경운기가 다니는 길인데, 승용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논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는 약 20가구가 산다. 수기리는 작고 아름다운 전원 마을이었다.

수기리로 3월에 이사 오면서 호돌이는 수기분교 3학년으로 전학을 했다. 새로 전학한 학교는 전교생이 38명밖에 안 되는 분교였다. 정확한 이름은 봉담 초등학교 수기 분교다. 분교에는 선생님이 3명뿐이었다. 선생님 한 분이 교실 하나에서 2개 학년을 합반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호돌이가 전학 와서 3학년은 모두 4명이 되었다. 전학하고서 학교에 다녀온 첫날 호돌이가 “엄마, 나 이제는 아무리 공부를 못해도 우리 반에서 4등이네”라고 말해서 온 가족이 함께 웃었다.
다행히도 담임 선생님은 남자였다. 시골 분교로 전학을 온 이후 호돌이는 학교에서 마음 놓고 장난을 쳐도 크게 문제가 안 되었다. 담임 선생님은 K 교수 나이 정도의 순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전학 간 첫날, 호돌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호돌이를 소개하면서 장난이 심하니 잘 좀 지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자기도 어렸을 때 장난이 심했다고 말하면서, 남자애들은 장난치면서 크는 게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K 교수는 “이제야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라고 기뻐하였다.
봉담초등학교 수기분교에 다니는 호돌이는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었다. 첫째 아들은 강남에서 학원에 다녔지만 이른바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옛날에 K 교수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학원은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이 실력을 보충하려고 가는 곳이었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 학원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이 변하였다. 요즘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하려고 학원에 간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학원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기도 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러면 왜 대부분의 학부형은 선행학습을 시키기 위해서 자녀를 학원에 보낼까? 답은 간단하다. 주위 사람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그렇게 안 하면 우리 아이가 뒤쳐질 것 같으니까...
K 교수가 믿고 있는 교육관에 의하면 그러한 선행학습은 미친 짓이었다. K 교수는 둘째 아들인 호돌이에게는 첫아들과는 달리 참교육을 시키고 싶었다. 다행히 아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호돌이는 수기 분교에 전학해 온 이후 한 번도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친구들이 볼 때에 K 교수는 호돌이를 대상으로 위험한 교육 실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른 손님들이 다 가고 나서 미스 K가 자리로 돌아와 합석했다. K 교수가 물었다.
“처음보다 손님이 많이 는 것 같아요.”
“요즘 손님이 조금씩 느네요. 그렇다고 금방 부자 되는 것은 아니고요. 부자 되기가 그렇게 쉽나요?”
“사장님 얼굴 보려고 오는 손님도 많지요?”
“그럴 거예요.”
“그런데 나이가 40은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만 살짝 알려주시면 아내에게 전달하게요.”
“호호호, 교수님은 애처가이신가 봐. 사모님이 예쁘신 모양이지요.”
“사장님이 장미라면 아내는 찔레꽃 정도라고나 할까요...”
“호호호... 미의 비결이 무얼까? 글쎄요, 저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을 하고 호기심이 많아요.”
K 교수가 미스 K 그리고 그녀의 친구와 사업이며 교육에 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정이 다 되었다. 아직 미스 K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미스 K의 친구에 대한 궁금증 역시 풀리지 않았다. 아들이 거창고 학생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녀는 애 아빠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애가 있으니 물론 독신녀는 아니고. 그렇다면 이혼녀인가? 두 여자에 대한 궁금증은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K 교수는 “아이고, 밤이 너무 깊었네요. 오늘 저녁 즐거운 시간이었어요”라고 두 미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오늘은 귀가가 너무 늦었다. K 교수는 서둘러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시골집으로 차를 몰았다. 아내는 어떤 모습으로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