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앞, 쇳물은 부어야 하고

  • 등록 2025.08.03 11: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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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규, <더위 그 까짓것>
[겨레문화와 시마을 22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더위 그 까짓것

 

                                                      - 임인규

 

     지독한 땡볕 측정온도는 38도씨

     온몸에 땀이 줄줄 더위 그까짓 것

     공사 현장 철근 위를 걸어봤니?

     운동화 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온도

     살이 익을 정도다.

     그래도 공사는 해야 하고 그래야 돈을 번다.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 입고

     쇳물을 퍼 날라 보았는가?

     더위 그까짓 것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

 

 

 

 

우리 겨레는 더위가 극성인 때 혀끝에서는 당기는 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했다. 바로 그것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슬기로움인데 여름철의 더운 음식은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 준다고 한다. 이 이열치열의 먹거리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실제로는 잉어와 오골계)으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따위가 있다

 

여름철이면 사람 몸은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피가 모이게 된다. 이에 따라 체내의 위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기는 피가 부족하게 되고 몸 안의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만성피로 등 여름 타는 증세가 나타나기 쉽다. 이때 차가운 음식만 먹게 되면 배나 장기가 더욱 차가워져 건강이 나빠진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으로 장기를 보호해 주는 것이 ‘이열치열’이라는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다.

 

심지어 이때는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돕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농민들은 논밭두렁의 잡초베기, 퇴비장만 같은 농작물 관리에 쉴 틈이 없었다. 여기 임인규 시인의 <더위 그 까짓것>이라는 시에서는 시인은 우리에게 “섭씨 2000도 3000도를 오르내리는 / 용광로 앞에서 방열복 입고 / 쇳물을 퍼 날라 보았는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그래도 쇳물은 부어야 하고 / 그래야 수도꼭지는 생산이 된다.”라면서 “더위 그까짓 것”하고 되뇌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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