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이끈 이산화탄소와 공유지의 비극

  • 등록 2025.08.16 12: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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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줄 지구교(地球敎)의 등장 기대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2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2025년 7월에 서울의 열대야(주: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는 모두 23일로서 117년의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기록을 세웠다.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폭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였다. 환경학자들은 이처럼 뜨거운 여름이 해마다 계속되는 것은 지구가 더워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기후위기’라는 말이 먼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

 

2025년 5월 22일 자 ‘네이쳐(Nature)’ 잡지의 기후위기에 관한 기사는 “세계의 가장 부유한 이들이 극한적 더위와 가뭄과 같은 기후 충격에 과도한 책임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물건을 사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지구 전체로 계산해 보면,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50%를 배출한다. 쉽게 말해서 부유한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나라별로 따지면 기후 위기의 책임은 어느 나라에 있을까?

 

2020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경제 발전에도 성공하여 전 세계 배출량의 30.6%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13.5%를 차지하는 미국이다. 인도는 인구는 많지만, 소득수준이 낮아서 7%를 차지하며 3위이다. 한국은 1.7%를 배출하는데, 순위로는 10위다.

 

서방의 선진국들은 중국을 상대로 “기후 변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중국 입장은 다르다. 산업화 이후 최근까지(1750~2020)의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은 미국이 총 누적 배출량(1조 7,000억 톤)의 24.6%를 차지하여 1위다. 유럽연합은 2위(17.1%), 중국은 3위(13.9%)다.

 

대륙별로는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연합과 북아메리카의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이 총 누적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체류시간은 100~300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선진국은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역사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협약에 따라 선진국들(우리나라 포함)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국은 10년이나 늦은 2060년도를 목표연도로 발표했다.

 

세계에서 제일 인구가 많은 인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산업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누적 배출한 선진국들이며,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개발도상국에게 동일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강변한다. 인도는 “개발도상국가는 화석연료를 책임 있게 사용할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2070년으로 발표했다. 서방 선진국보다 20년이나 늦은 목표다.

 

지상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대기권으로 들어가는데, 지구의 대기는 국경을 무시하고 순환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인도의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에 퍼질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위기 같은 지구 차원의 환경문제는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은 1968년 미국의 생태학자 가렛 하딘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자원(예: 목초지, 어장, 공기, 바다 등)을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자원이 고갈되어 모든 이용자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생태학자 하딘은 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목동들이 소에게 풀을 먹이는 가상의 공유 목초지의 예를 들었다. 목초지는 공유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의 소가 풀을 뜯게 할 수 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욕심을 내어 소를 한 마리 더 넣어서 풀을 뜯게 했다. 그러자 옆 사람도 소를 더 넣게 되고, 이어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소를 더 넣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유지의 비극은 과도한 방목으로 인한 목초지의 황폐, 과도한 벌채로 인한 삼림의 훼손, 남획으로 인한 어족자원의 고갈을 잘 설명해 주는 개념이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도 공유지의 비극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공유지에서 자원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대기권이라는 공유지에 이산화탄소라는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행동이 문제가 된다. 인간의 소비생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에 들어가고, 더워진 대기가 모든 인류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이 ‘지구온난화’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유지의 이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목초지의 예에서, 모든 목동은 오직 한 마리의 소만을 방목하도록 마을자치회나 군청에서 규제하면 목초지의 황폐를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림의 황폐를 막기 위해서는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서 나무를 베어내게 하면 된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는 금어기에는 특정 고기를 잡을 수가 없다. 한 어부가 잡는 고기의 양도 한도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장에서 하천이나 강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려면 환경청에서 배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유지의 규제를,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석탄화력발전이다. 석탄화력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주요 7개국(G7)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합의하였다. 우리나라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을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도는 경제 발전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계속 추가하고 있으며 석탄화력의 폐쇄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아무리 석탄화력을 줄여도 지구의 대기는 계속해서 더워질 것이다. 인도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 것인가?

 

제1차 세계대전 같은 파괴적인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2018년 국제연맹이 결성되었다. 그러나 국제연맹은 무력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항구적인 국제 평화와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1945년 10월 24일에 국제연합(UN)이 창설되었다. 그러나 강대국의 거부권 조항 때문에 UN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현재도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핵전쟁의 위험, 지구온난화, 새로운 질병의 전파, 마약 밀매 등 한 나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구 차원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UN과는 다른 형태의 세계정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은 2023년 7월에 “세계정부를 설립하여 평화를 유지하자”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제안들이 있다. 세계총회를 구성하되 강대국의 거부권을 없애고 다수결로 의결하도록 한다. 다만 세계총회의 의석수는 1국가 1대표가 아니고 각 국가의 GDP, 무역액, 인구를 4:3:3으로 반영하여 의석수를 배정한다. 임기 4년의 세계대통령이 이끄는 세계정부가 세계총회에서 의결된 사안을 집행한다. 세계총회에서 세계헌법을 제정한다. 세계은행을 만들어 세계화폐를 발행한다. 세계평화유지군을 상비군으로 유지한다. 세계재판소를 설립하여 세계헌법 위반 국가를 제재한다, 등등.

 

지금 당장 세계정부의 실현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이 더 심해지고 전쟁이 더 잦아지면 인류는 세계정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세계정부의 수립을 절대 찬성하면서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인류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줄 지구교(地球敎)의 등장을 기대한다.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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