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된 조선인 위한 치바현 관음사의 종루 보수 완공

  • 등록 2025.09.01 08: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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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동대학살 (關東大虐殺)로 희생된 조선인을 추모하며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난 8월 26일(화), 일본 치바현 야치요시 다카츠 (千葉県八千代市高津)에 있는 일본 조동종사원 (曹洞宗寺院)인 관음사(観音寺)에서는 한일 두 나라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아주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을 틈타  8일(5명), 9일(1명) 조선인이  일본의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학살되었는데 이들을 위무하기 1985년 세운 종각의 개보수가 필요하여 한일 양국의 시민들이 합심하여 개보수를 마친 기념으로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朝鮮人犠牲者慰霊の鐘楼 「普化鐘楼」 改修完工記念式)>을 연 것이다.

 

26일 오후 3시부터 관음사 경내의 보화종루(普化鍾樓) 앞에서 거행된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1부의 시작은 관음사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가 보화종루에 꽃을 바치는 개안공양(開眼供養)을 시작으로 조화선 선생의 살풀이춤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관음사가 자리한 야치요시(八千代市)의 시장 및 다카츠 특별위원회 위원장(高津特別委員会委員長) 등의 인사가 있었고, 한국측 대표로 유라시아문화연대 신이영 이사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곧이어 개보수된 보화종루 안에 있는 종을 치는 타종식이 있었다. 1부 끝순서로는 이번 개보수 공사에 필요한 모금 활동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한국과 일본측 인사 및 한국의 단청 장인 등에 대한 감사장 전달이 있었다.  2부는 장소를 본당(한국의 대웅전)으로 옮겨 진행되었는데 <치바현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추도 조사실행위위원회(千葉県関東大震災と朝鮮人道悼 調査実行委委員会)>의 와타나베 아키라(渡辺明) 대표와 도쿄 한국상공회의소 김순차(金淳次) 회장 등의 축사에 이어 <보화장루(普化檣楼)1985-2025- 40년> 이라는 슬라이드 상영의 시간을 가졌다.

 

이 슬라이드를 통해 그간 관음사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를 위한 종과 종각의 40년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2부 끝 행사로는 재일동포 탄고단(誕古團)의 사물놀이와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한일간의 우호의 시간을 가졌다고 행사에 참석했던 정종배 시인은 전화통화로 행사 소식을 자세히 알려왔다.

 

 

 

 

정종배 시인은 《1923관동대학살 –생존자의 증언》(2023)을 쓴 작가로 지난 8월 25일(월) 현지에 도착하여 숙소로부터 조선인 여섯명이 처참하게 학살당한 장소까지 불볕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10리길을 걸었다고 했다. 그가 흘린 비지땀은 피눈물이었음을, 길을 걸으며 쓴 시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시 -조선인 여섯 분 지상의 마지막 10분 거리 –”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첫 번째 구니미쓰는 싹둑 훌륭하게 목을 잘랐다

두 번째로 게이지는 우두둑 힘을 줬지만 반 정도밖에 잘리지 않았다

세 번째 다카지가 휘두른 칼은 목 피부만 조금 남겼다

네 번째 미쓰오는 구니미쓰가 벤 칼로 다시 훌륭하게 한 번에 베어 버렸다

다섯 번째로 기치노스케는 힘이 모자라 반 정도밖에 자르지 못하고 두 번째 칼질로 마저 끝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조선인 학살 부분은 이른바 자경단(自警團)에 의해 처참히 난도질당하던 현장을 목격한 주민이 써둔 <102년 전 일기장>에 남아있는 기록을 정종배 시인이 자신의 시 ‘조선인 여섯 분 지상의 마지막 10분 거리’에 인용한 부분이다. 끔찍하고 잔인하다. 천인공노란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던가!

 

경술국치 100년째 되던 2010년 8월 15일, 광복 65주년이 되던 해, 조선인 6명이 처참하게 학살된 나기노하라를 찾았던 기자는 그날 흰목련 나무 아래서 당시를 회상해 주던 오다케 할머니의 증언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올해 관동대지진 102주기를 맞이하여 일본에서는 다양한 추도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 추도회는 대부분 일본인 희생자를 위한 추도회다. 지진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힘없이 죽어 갈 수밖에 없는 인간 목숨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내는 것은 인종을 불문하고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지진을 이용하여 아무 죄도 없는 조선인을 총칼로 학살한 일본 자경단의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끝으로 관동대지진 하면 떠오르는 자경단(自警團)의 끔찍한 조선인학살 사진을 올리며 <조선인 희생자 위령 종루 '보화종루' 개수완공기념식(朝鮮人犠牲者慰霊の鐘楼 「普化鐘楼」 改修完工記念式)> 소식을 마치고자 한다.

 

 

 

치바현 관음사에 조선인 학살자를 위한 위령비와 보화종루를 세운 한일 양국의 시민들과 특히 지난 40년간 (1985-2025)음으로 양으로 이들의 무덤을 보살펴주고 있는 세키 타쿠마(関琢磨) 주지 스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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