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모든 지역의 마을신앙 두 권의 책에 담아

  • 등록 2025.12.12 12: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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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지역 연구자와 협업하여 거둔 값진 성과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마을신앙》 강원권 조사보고서 펴내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전승되는 마을신앙을 조사하고 기록한 《한국의 마을신앙》 강원권 조사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조사자들이 직접 강원권 97개 마을에서 진행된 마을제의 현장을 찾아 제의의 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마을신앙 조사 내용’과 강원권 2,125개 마을의 마을신앙 전승 현황을 조사하여 표로 정리한 ‘마을신앙 전승현황표’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강원권 전 지역의 마을신앙을 조사하여 단독으로 발간한 첫 번째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강원도 민속문화 연구자들과 협업하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어치 있는 자료로 여겨진다.

 

 

산신과 성황신이 지키는 마을, 성황당과 둥구나무에 깃든 신령

 

강원도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의 영서지역과 동쪽의 영동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영서는 험준한 능선이나 산간분지, 영동은 바다 앞 또는 해안을 따라 생겨난 좁고 긴 평지에 마을이 형성되었고 환경에 따라 생활방식과 문화가 서로 달랐다. 이러한 점은 마을신앙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개인이 산신에게 올리는 제사가 많았던 영서지역은 산신과 성황신을 모시며 산과 들에서 나는 음식을 제물로 바치고 있었고, 관청이 주도했던 마을신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영동지역은 성황신과 함께 토지신, 여역신(癘疫神), 용왕신을 모시며 신선한 어물을 신에게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연환경과 생활문화가 서로 다르더라도 신이 정좌한 곳을 성황당(서낭당)이라 부르고, 수백 년 동안 마을의 세월을 담은 둥구나무를 신으로 모시며 마을의 정체성을 새기고 전통문화를 이어 나가는 점은 여러 마을이 같았다. 마을의 시간과 공간은 달랐더라도 그 속에서 축적된 전통과 공동체 신앙의 의미는 서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강원권 전 지역 마을신앙을 모두 아우른 첫 번째 조사보고서

 

 

강원도 내 몇몇 지역의 마을신앙을 조사하고 기록한 책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자체나 시군 문화원이 주도하여 그 지역의 마을신앙을 책으로 펴내거나, 국립민속박물관 혹은 옛 문화재청(국가유산청)에서 전국 단위 마을신앙을 조사하면서 강원도 일부 지역의 마을신앙을 선별하여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원도 18개 시군의 마을신앙을 모두 아울러 단독으로 정리된 성과는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전승되는 마을제의 수와 규모, 지역 면적을 고려하여 시군 별로 4개에서 12개까지 강원권 전 지역 마을신앙의 특징과 마을 신의 모습, 제의 방식과 변화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하였다.

 

또한 영서 산간 특유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가 마을신앙에 담긴 《강원1 보고서》와 바다와 접한 영동의 생활방식이 마을제의에 드러난 《강원2 보고서》로 구분하여 강원권 마을신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쉽게 하였다. 특히 강원도 2,125개 마을을 대상으로 제의 시기, 제당 형태, 마을 신의 명칭, 제의 전승 여부 등을 기록한 ‘마을신앙 전승현황표’는 강원권 마을 공동체 유산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표는 1960년대부터 2006년까지 조사된 1,377개 마을신앙을 포함하여 746개 마을의 마을신앙 전승현황을 새롭게 발굴, 정리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강원도 마을신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된다.

 

지역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이루어 낸 마을신앙 조사

 

이번 조사는 강원도 지역 대학과 민속학회, 문화원, 지역학 연구소와의 연계 아래, 현지 연구자와 협업으로 이루어 낸 성과이다. 97개 조사지의 전체 조사 인원 110명 가운데 강원도 지역(거주) 연구자는 43명으로 전체 조사 인원의 40%에 이른다. ‘마을신앙 전승현황표’ 역시 지역 대학 소속 연구자들이 7개월 동안 강원도 전역을 다니며 얻은 성과이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연구자들이 직접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의 결속 현장을 기록하였다는 데 강원권 조사보고서의 의미가 있다.

 

특히 시군별로 해당 지역 연구자나 인접 지역 거주 연구자가 한 명 이상씩 조사에 참여하도록 하였으며, 지역마다 여러 연구자의 시각과 관점으로 조사, 기록하도록 하여 마을신앙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역별 마을신앙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발간된 보고서는 지역 민속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토대이자 지역 기관, 연구자와 지식과 연구 경험을 공유하며 협업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권역별 마을신앙 조사 사업」은 2022년 충청권을 시작으로 전라ㆍ제주권, 경상권, 강원권에 이어 2026년 서울·경기권 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한 마을의 공동체 신앙을 공공의 문화와 기록으로 남겨 모두가 함께 이어갈 수 있는 기반 마련하는 것은 물론, 마을신앙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국립민속박물관은 다양한 지역 민속문화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역 기관, 연구자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하며,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서 내용을 내려받아 볼 수 있다.

 

이나미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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