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지난해 민기 원년 김옥균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 올렸다. 못다 한 이야기는 훗날로 미룬다. 해가 바뀌었고 마침 글쓴이가 어떤 미국인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므로 그에 대해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올려볼까 한다. 주인공은 미국인이지만 개화기 때의 조선과 우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애옥살이에 지친 민중이 수백 년 아니 수천 년 동안 가장 자주 내는 목소리가 있다. “아이고 죽겠다!” 이 탄식을 평생 한 번도 토하지 않고 사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기묘한 소리의 성조(聲調)를 처음 채록한 사람은 놀랍게도 조지 포크(GeorgeC. Foulk, 1856-1893)라는 미국인이다. 지금으로부터 140여 년 전인 1884년 11월 7일 그는 여행일기에 이렇게 썼다.
짐의 무게에 짓눌려 지칠 때 pokeyo man(보교꾼 곧 가마꾼)는 이렇게 말한다. “O-u-i-go,chuketta!(아이고 죽겠다!)”. 곧 “ O-ui-go(아이고, 감탄사), I’ll die!(죽겠다)”다. “아이고”는 늘 내는 감탄사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아이”는 힘없고 낮은 소리로 시작하는데 ‘이’에서는 길게 목소리를 끈다. 그다음에 ‘고’가 나오는데 좀 높은 보통의 음조로서 짧고 자연스럽다.
When he’s tired and the load strikes him as heavy, the pokeyo man says “O-u-i-go,chuketta!” which is “ O-ui-go(exclaim), I’ll die!” “O-u-i-go” is a very generally used exclamation and oddly uttered. The “ O-ui” is utterd with a hollow, bass, and long drawn out on the “ui”, then comes “go”, short and natural is a rather high and plain note.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가 한양에서 본국의 국무장관에게 호소문이다.
조선인들은 많은 면에서 중국 사람들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본인은 지난 두 해 동안, 이 나라에 관한 역사 공부를 통해, 그리고 조선인들과의 친교와 관찰을 통해, 그들의 과거 문명이 중국의 그것보다 더 높았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 조선인들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고 관대하며 진취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양인의 공감과 흥미를 끄는 특이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묘사할 수는 없지만 저는 언제나 느끼고 있으며, 그것은 여태껏 제가 다른 아시아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보지 못한 그런 특징입니다. ….. 조선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끝내 독립국이 되어야만 합니다.
(….) Today Koreans are at heart a reasoning, generous hearted and progressive people, with peculiar characteristics I can not well describe but feel always, tending to draw upon them the sympathy and interest of Western people, and which I have not observed in any other Asiatic people. (….)Korea must become an independent nation eventually, whatever troubles on the way
- (1886.2. 20 국무장관 앞 공한)
그때 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었고 조선인들은 대부분 남루하고 비참했다. 헐벗고 굶주렸다. 그런데 이 미국인은 조선의 옛 문명이 중국보다 앞섰으며, 조선인에게는 다른 아시아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조선에 관한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된 과장일까? 아니면 단순한 착각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썩은 풀더미 아래의 지란(芝蘭)을 뚫어보는 통찰력인가?
이런 의문과 함께 탐사를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