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무지개달 열사흗날 한날(4월 13일 월요일) 아침, 누리는 한결 맑고 깨끗한 속살을 드러내며 우리를 반겨줍니다. 오늘은 우리 겨레가 소중히 가꾸어 온 값진 토박이말을 아끼고 기리기로 다짐한 지 아홉 돌이 되는 '토박이말날'입니다.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게도 토박이말날이 아홉 돌을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이를 아는 분들이 많지 않고, 오직 지역 신문과 방송에서만 작게 소식을 전하는 것이 우리네 서글픈 현실입니다.
요즘 나라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글 읽는 힘이 떨어진 것을 걱정하며 그 풀이로 다시금 어려운 한자를 깊이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들려옵니다. 하지만 저는 서른 해 넘게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우리 아이들이 배움을 어려워하는 참 까닭은 한자를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말의 뿌리인 토박이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왔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지키자고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 토박이말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빠르고도 좋은 수라는 제 간곡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분이 적어 마음 한구석이 몹시 무겁기도 합니다.
이제는 지역을 넘어 온 나라의 신문과 방송이 이 뜻깊은 날을 함께 기리고, 나라일터에서도 앞장서서 토박이말을 챙겨 우리말의 참된 가치를 바로 세워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가장 바람직한 말글살이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남겨주신 값진 토박이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것임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봅니다. 오늘만큼은 어려운 한자말이나 들온말이 아닌, 우리 땅에서 피어난 예쁜 토박이말을 골라 정갈한 한글로 한 자 한 자 적어보며 우리말의 참맛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 온 뒤 더욱 단단해진 땅 위로 새싹이 돋아나듯, 우리 가슴 속에도 토박이말을 마주한 굳은 믿음이 움터야 할 때입니다. 삶의 흐름이나 겉치레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본디 말씨를 지켜나가는 일은 참으로 높은 값어치가 있습니다. 오늘처럼 뜻깊은 날을 맞아,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토박이말 '또바기'를 꺼내어 봅니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는 뜻을 지닌 참으로 단단하고도 미더운 토박이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라고 아주 정갈하게 풀이하고 있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 어떤 바람과 물결에도 흔들리지 않는 꿋꿋함과 바름과 곧음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말의 결을 갈고 닦아 온 제 눈에는 이 낱말이 품은 '바뀌지 않음'이 우리 겨레의 끈질긴 살힘(생명력)과 참 많이 닮아 보입니다.
우리 한어버이(조상)들께서는 누군가에게 어김없는 다짐을 하거나, 날마다 거르지 않고 마음을 다하는 삶의 몸씨(태도)를 보며 이 낱말을 빌려 믿음을 나타냈습니다. 억지로 빠르게 앞서가기보다, 굳어진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뒷모습이야말로 '또바기'가 보여주는 참된 아름다움인 셈입니다. 이 살가운 말은 우리네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마음을 다잡게 하는 힘 있는 월로 살아 있는데, 김정한 님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 나오는 '또바기 굽어 흐르는 강물'이라는 대목처럼 바뀌지 않는 것을 나타낼 때 그 맛이 잘 살아납니다.
토박이말날을 맞이한 오늘, 일터와 배곳(학교)으로 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 토박이말을 아끼는 마음이 한때의 바람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남들이 잘 쓰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우리 토박이말을 멀리한다면 우리 얼의 빛깔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흐릿해지고 말 것입니다. '또바기'가 일러주는 삶의 슬기는 대단한 말이 아니라, 날마다 하나씩이라도 토박이말을 쓰고 아끼는 '하기'에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살붙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나, 날적이에 꾹꾹 눌러 쓴 토박이말 한 줄이 우리 삶꽃(문화)을 '또바기' 지켜내는 값진 불씨가 됩니다.
비 갠 뒤 산뜻한 숨씨(공기)가 우리 몸을 깨우듯, 우리 토박이말의 맑은 기운이 우리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바림직한 삶이란 벼락처럼 찾아오는 좋은 일을 쫓는 것이 아니라, '또바기' 흐르는 물줄기가 바위를 뚫듯 지며리 나만의 길을 가꾸는 일에 있습니다. 날카로운 다툼보다 우리 토박이말이 가진 넉넉하고 포근한 품으로 누리를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임자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오늘 토박이말날을 맞아 여러분의 나날 속에 토박이말 한 조각을 '또바기' 심어보시면 어떨까요? '또바기'라는 말의 풀이처럼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 토박이말을 아끼는 그 마음은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워주는 가장 튼튼하고 깊은 뿌리가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어려운 한자말이 아닌 '또바기'와 같이 예쁜 토박이말을 골라 하얀 종이 위에 한글로 적어보는 작은 애씀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지역 신문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나라일터(정부)에서도 우리말의 앞길을 밝혀주는 날이 얼른 오기를 마음 모아 기다려봅니다. 여러분의 말글살이가 우리 토박이말의 맛과 멋으로 가득 차서,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분들에게 "우리 앞으로 토박이말을 또바기 사랑하며 지내자"라고 따듯한 다짐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여러분의 가슴 속에 '또바기' 간직하고 싶은 우리말의 씨앗은 무엇인가요?
[오늘의 토박이말]
▶ 또바기
뜻: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
보기: 그는 '또바기'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며 하루를 연다.
[한 줄 생각]
우리 토박이말을 아끼는 마음을 또바기 이어갈 때, 우리 삶꽃(문화)은 끝내 시들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