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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 해놓고 조약돌로 소반 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호미 들고 괭이 메고 뻗어가는 메를 캐어
엄마 아빠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최옥란 님이 짓고 홍난파 님이 곡을 붙였다는 ‘햇볕은 쨍쨍’의 가사입니다. 위 가사 가운데 2절 2행에 나오는 '메'가 메꽃입니다. 곧 '멧뿌리'는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쪄 먹던, 훌륭한 구황작물이었음을 말해 줍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주차장 바로 옆 화단에 연분홍 메꽃 세 송이가 활짝 피었습니다. 아직 메꽃이 모두 피진 않았지만 녀석은 교정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누가 잡초라고 뽑아버리지만 않는다면 머잖아 우리 교정은 메꽃으로 뒤덮이겠지요.
메꽃과 헷갈리기 쉬운 녀석이 나팔꽃입니다. 얼레빗 편지 2087호(2011.5.9.)에 나팔꽃이라고 잘못 설명한 사진 역시 메꽃입니다. 메꽃과 나팔꽃은 먼저 꽃색이 다릅니다. 메꽃은 흰색이거나 연분홍색입니다. 그러나 나팔꽃은 남색, 보라, 빨강, 분홍 등 꽃색이 다양합니다. 둘째로 잎 모양이 다릅니다. 나팔꽃은 심장 모양이거나 세 갈래로 깊게 갈라지지만 메꽃은 세모꼴 모양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는 혀를 쏙 내밀어 보라고 합니다. 메 잎 모양이 마치 혀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인데 그때마다 ‘메롱’이라고 했더니 제가 아는 아이들은 메꽃을 안답시고 제 앞에서 ‘메롱’ 하며 놀립니다. 그때마다 짐짓 화를 낸 듯한 표정을 지으면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도망가다가 이내 ‘메롱꽃!’이라며 활짝 웃습니다.
한편, 바닷가에서 백사장 근처에서 피는 갯메꽃은 잎 모양이 둥근 심장 모양에 가깝고 잎이 아주 도톰합니다. 피는 시기도 다릅니다. 메꽃은 벌써 피었지만 나팔꽃은 이제 싹이 나올 즈음입니다. 아직 우리 학교에서는 제 눈에 띄진 않았습니다. 나팔꽃은 ‘모닝글로리’라 하여 아침에 잠깐 피는 꽃이지요. 하지만, 메꽃은 온종일 피어 있답니다. 나팔꽃은 먹을 수 없으나 메꽃은 먹을 수 있고, 나팔꽃은 씨앗으로만 번식하는 한해살이풀이나 메꽃은 뿌리로 번식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더 많은 메꽃은, 귀화식물인 나팔꽃과 달리 우리 꽃입니다. 메꽃을 보며 우리 아이들끼리 ‘메롱’ 하는 모습은 참으로 정겹기까지 합니다. 모두가 살갑고 정겨운 이웃을 꿈꾸면서... 독자 박춘근(서울 대조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