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지명순 교수]  한국인의 오랜 채식위주의 식생활은 소장(小腸)의 평균 길이를 동남아인보다는 40cm, 서양인보다는 80cm나 길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구 식생활의 도입과 인스턴트·패스트푸드의 발달은 식이섬유소 섭취량은 감소시키고,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 섭취량은 증가시켰다. 더불어 대장암 발생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건수의 12%에 달하고 있다.  

식이섬유(Dietary Fiber)는 몸 안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체외로 배설되는 탄수화물의 일종으로, 물에 녹는 수용성과 녹지 않는 불용성의 2가지가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과일(Pectin)·해조류(Alginic acid)·콩류(Gum)에 풍부하고, 불용성 식이섬유는 현미·통밀·보리 등 거친 음식과 김치·나물 등에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장의 움직임을 촉진시켜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Cholesterol)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혈압을 낮추고, 음식의 소화관 통과 시간을 단축시켜 노폐물과 발암물질 등을 배출시킨다. 또한 젖산균(Lactobacillus)의 생육을 도와 장을 건강하게 한다.  

▲ 고구마 단자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으로 당질 함량이 25%로 그 대부분이 전분이며 포도당과 과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감자보다 달다. 전분질에 둘러싸여 있는 비타민 C는 가열해도 거의 손실되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고구마 겉껍질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색소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각종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고구마의 하얀 점액물질인 얄라핀(Jalapin)은 변비해소 효과가 뛰어나다. 또 고구마에는 난포 자극 호르몬(FSH-Follicle Ftimulating Hormone)의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고구마를 주식으로 하는 나이지리아 요르바족의 쌍둥이 출산율이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단백질은 1.8%, 지방은 0.6%로 적어 우유나 치즈를 함께 먹는 것이 좋으며, 당뇨병 환자나 위궤양, 위염, 위산과다 환자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은 해롭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감저(甘藷-고구마)라고 했으며 '단맛이 나고 허핍(虛乏-허약한 것)을 보하며, 힘이 나게 하고 신장과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신음(腎陰 腎의 陰氣)을 강하게 하고 마(山藥)와 효과가 서로 같다.'라고 하였다.  

또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서는 번서(番薯-고구마)라고 했는데 '속을 보하면서 화혈(和血 피의 흐름을 조화롭게 하는 효능 )하는 작용이 있고 위를 따뜻하게 하고 오장(五臟)을 생성 시킨다.'고 하였으며 이 밖에도 상처에 생긴 염증에 생으로 붙이기도 한다고 하였다.  

사상의학에서는 살이 잘 찌고 변비가 되기 쉬운 태음인(太陰人)에게 권하는 식품이다.  

생고구마를 플레인 요구르트에 버무려 샐러드로 먹으면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율무와 함께 죽을 끓여 먹으면 만성피부염 치료에 효과적이다. 찐 고구마를 으깨어 우유와 꿀을 넣어 반죽한 다음 동그랗게 빚어 단자를 만들면 어린아이 이유식으로도 좋다. 그밖에도 고구마튀김, 고구마맛탕, 고구마 조림, 고구마 케이크 등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부드러운 고구마 잎줄기는 볶아서 나물로 먹고, 김치를 담그기도 하며,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 먹어도 좋다.  

고구마를 닦을 때는 수세미보다는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는 것이 미네랄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공기에 닿으면 변색하기 쉬우므로 잘라서 곧 물에 담가야 한다. 익힐 때 레몬조각을 넣으면 색깔이 좋아지며, 통째로 천천히 쪄야 단맛이 증가한다.  

최근 영국 BBC(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에서 "어릴 때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육(肉)가공품을 많이 섭취하면 성인기에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발표를 하였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도 섬유소가 풍부한 고구마를 미리 미리 챙겨 먹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