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기자] 올해 제567돌 한글날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첫해였다. 그래서 이곳저곳 한글을 드높이는 행사가 벌여졌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행사가 세종대로 뒤 “한글가온길”에서 벌어진 <한글숨바꼭질>이다.
이 <한글숨바꼭질> 사업은 (주)컬쳐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소장 이동범)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진행한 것이다. 어제(11월 8일) (주)컬쳐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는 작가들과 함께 <한글숨바꼭질>을 돌아보고 이동범 소장과 작가들에게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 |
||
▲ 한글회관 옥상 바로 아래 벽에 설치한 한재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작품 "아는 한글이다." |
![]() |
||
▲ 광화문시대 앞 휴게공간 화단에 수줍은듯 고개를 내미는 구슬기 서울여대 조형연구소 연구원 작품 "숨 과 쉼" |
<한글숨바꼭질> 탐방은 먼저 세종문화회관 옆의 문자마당에서 시작되었다. 곳곳에 숨어있는 조형물들은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구석구석 빛을 발하고 있었다. 공원 바닥에 붙어 있기도 하고, 벽에 붙어 있는가 하면, 지하철 승강기 맨 꼭대기에 우뚝 솟은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풀숲에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미는 것도 있고, 건물 옥상 바로 아래서 내려다보기도 하며, 꼬마 가로등이 되어 주변을 아름답게 비춰주기도 했다.
이동범 소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지하철 승강기 옆에 달기로 허가가 나온 것을 지하철 승강기 옆에 달아보니 전혀 작품이 살지 않아 이 소장과 작가가 광화문지하철 역장을 40분 동안이나 설득한 끝에 승강기 꼭대기에 달기로 허락을 받았고, 한 작품은 사람들이 훼손해서 자리를 바꿔서 다시 설치 준비를 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 |
||
▲ 세종로 대우빌딩 지하 주차장 입구 벽면에 붙은 신동윤 purpllab 이사 직품 "바로 당신" 날이 어두워진 뒤 플래시를 터트리고 사진을 찍으면 형광빛깔 글씨다 나타난다. |
![]() |
||
▲ 김영철 AGI society 대표 작품 "삶의 나무" |
그렇게 설치한 조형물들은 탐방하는 동안 작가들이나 자문위원들로부터 몇 가지 지적을 받았다. 공원 바닥에 설치한 것은 땅 속으로 좀 더 깊이 묻거니 좀더 올라오도록 설치했으면 효과적일뻔 했다는 의견이었다. 또 일부 작품은 주변에 묻혀 전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이에 이 소장은 "공원시설물 설치규정에 따라 바닥벽돌을 파지 못하고 위로 돌출할 경우 안전상 3밀리미터를 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공원바닥 위로 약간만 돌출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작품이 일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애초 사업을 하면서 어지러운 도시에서 조형물이 또 다른 어지러움을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 맞추다 보니까 약간 그런 면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은 “작가들이 작업실비에도 모자라는 지원금으로 작업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훌륭한 사업을 하면서 작가들에게 희생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다. 충분한 지원금이 있을 때만이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이고, 작품들도 더욱 빛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
||
▲ 한글가온길 들머리 구세군화관 건물 앞에 세운 "한글가온길" 빗돌 |
![]() |
||
▲ 작품 앞에서 설명중인 (주)컬쳐앤로드 문화활용연구소 이동범 소장 |
또 작가들은 가온길 들머리 구세군 빌딩 앞에 세워진 “한글10마당” 빗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빗돌의 중심 글씨인 “이야기를 잇는 한글가온길”을 쓴 작가 강병인 캘리그라피연구소 대표는 자신이 이 글씨를 써줄 때는 행사제목에만 쓰도록 한 것인데 아무 말 없이 빗돌에도 올려놓은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고, 이성표 작가는 ”훈민정음 글씨만으로도 엄청난 작품인데 여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한글10마당 그림과 글씨가 들어간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글10마당의 빗돌은 <한글숨바꼭질> 작품들과는 별도로 다른 업체에 의해 작업되었으나 한글스토리텔링 명소화사업의 하나로 같이 추진되었던 것인데 한글가온길의 이정표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크기에 이러한 작가들의 지적이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
||
▲ 한글회관 앞 화단 벽돌 안지용 manifesto architecture 대표가 지신의 작품 "한글벽돌"에 대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뜻을 넣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
![]() |
||
▲ 작품 설치지역 지도 "(주)컬쳐앤로드 문화활용연구소" 제공 |
하지만 처음 시도한 사업으로 이 정도면 훌륭한 성과라면서 한글가온길이 이 조형물들로 더욱 빛날 것임을 참석자들을 입을 모았다. 또 한 명의 자문위원인 김슬옹 세종한글융합연구소 소장은 “한글의 예술성과 과학성과 철학성을 결합한 이런 작품들을 더욱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한글숨바꼭질> 작품들은 앞으로 우리 신문에서 작가들의 말과 함께 연재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번 <한글숨바꼭질>에 참여한 작가는 강병인 캘리그라피연구소 대표, 구슬기 서울여대 조형연구소 연구원, 김경선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 신동윤 purpllab 이사, 안상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한재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등 모두 18명이다.